중국, 일본의 ‘제자’에서 ‘경쟁자’로... 철강사 합작 종료, 일본車 점유율 급락
“덩샤오핑 집권기에 시작된 중국·일본의 경제 협력 황금 시대가 저물었다.”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중국이 철강·전기차 등 주요 산업 분야에서 일본을 앞지르거나 대등한 경쟁력을 갖추면서 양국 경제 관계가 급변했다고 진단했다. 1978년 10월 덩샤오핑이 역사적인 일본 방문에서 양국 철강 산업 협력을 모색하고 일본 기업인을 ‘경영의 신’이라고 칭송하며 시작됐던 양국 경제 협력 황금기가 지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4위 철강 회사 일본제철은 오는 29일 세계 최대 철강회사인 중국 바오우철강그룹 산하 바오강과 20년만에 결별한다. 일본제철은 지난 2004년 바오강과 손잡고 상하이에 바오강르톄자동차강판(BNA)이란 회사를 설립했다. 일본제철이 BNA에 투자한 누적 금액은 1000억엔(약 9200억원)이 넘고, 강판 표면처리 기술 등도 바오강에 전수했다. 그러나 중국 철강 업계의 기술력 향상과 수요 변화 등으로 양사가 합작 종료를 선택하게 됐다. 일본제철이 보유한 BNA 지분 50%는 17억5800만위안(약 3300억원)에 바오강에 전량 매각한다.
바오강과 일본제철 합작 종료는 상징적이다. 양사의 합작은 덩샤오핑의 방일 이후 중국 철강의 현대화를 이끈 핵심적인 사건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제조업의 쌀’인 철강 산업의 중요성을 절감했던 덩샤오핑은 1978년 12월 일본 기술을 도입한 대규모 철강단지 건설 계획을 발표했고, 이때 바오강이 설립됐다. SCMP는 “수십 년만에 중국은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에 오르며 외국 기술과 지식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인 해외 확장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자동차 시장에서도 양국의 관계 역전이 두드러진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일본 3대 자동차 제조사인 토요타, 닛산, 혼다는 올해 상반기 중국에서 전년 대비 13% 감소한 154만 대를 팔았다. 미쓰비시자동차는 지난해 중국 후난성 창사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닛산은 창저우공장 생산을 멈췄고, 혼다도 현지 공장 근로자들의 조기 퇴직자 모집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올해 상반기 중국 시장에서 중국산 자동차의 점유율은 전기차 구매 인기에 힘입어 60%를 넘어섰다. 베이징의 싱크탱크 안방컨설팅의 자오즈장 연구원은 “경제 분야에서 일본과 중국 관계가 과거 ‘스승과 학생’에서 평등하고 경쟁적인 관계로 전환됐다”고 했다.
중국과 일본의 경제 협력이 약화되면서 양국의 지정학적 갈등은 격화될 전망이다. 중국 화남이공대 궈하이 연구원은 “덩샤오핑은 경제 발전을 우선시하면서 일본과의 영토·역사 분쟁 문제를 뒤로 미뤘다”고 평가했다. 바꿔 말하면, 경제적으로 일본 의존도가 낮아진 지금 중국이 일본과의 해상 분쟁과 역사 갈등에 더욱 강경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새 동중국해에선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중국과 일본의 영유권 분쟁이 가열되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처리수) 관련해서 중국은 일본에 원전 주변 토양조사 등 조사 범위 확대를 요구하고 있고, 지난해 8월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 금지 조치도 해제하지 않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일본 오키나와현 미야코 제도에서 북동쪽으로 약 120㎞ 떨어진 지점에서 중국의 075형 강습상륙함과 052D형 구축함이 일본 측에 포착돼 일본 해상자위대가 정보 수집에 나섰다. SCMP는 “중국이 미국과 일본 봉쇄를 돌파할 능력이 있다는 걸 과시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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