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업까지 확대되는 중국발 공급 과잉, 어느 정도이기에…
배터리는 중형 전기차 156만대 용량 초과 공급
정부는 올해 수출 실적 목표치를 역대 최대인 7000억달러로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자동차 품목은 상반기까지 역대급 호조를 보였다. 그러나 철강·화학과 같은 품목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이어지는 중국의 공급 과잉이 가장 큰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은 철강·화학 등 전통적 산업뿐 아니라 최근 전기차·배터리·태양광 등 신산업에도 공급을 크게 늘리고 있다. 이에 미국은 물론 중국에 우호적이던 유럽연합(EU)도 과도한 공급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단계에 도달했다. 대체 중국의 공급 과잉은 어느 정도일까.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1일 발간한 ‘중국 공급 과잉에 대한 주요국 대응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2022년 기준 중국의 철강 생산량은 10억1800만t으로 전 세계 철강 생산량의 54%를 차지했다. 점유율 2위 인도는 1억2500만t이었다. 석유화학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에틸렌 등 주요 제품군에서 세계적으로 공급 과잉이 나타나고 있지만, 중국은 2020년 이후 세계 증설 물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생산 능력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배터리·태양광 산업도 ‘3대 신산업’이란 이름으로,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으며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이 2009~2022년 신에너지차에 지급된 보조금만 1730억달러(약 239조원)에 달한다”며 “신산업에 지급한 전체 보조금 규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보조금의 3~9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중국은 전기차의 경우 지난해 954만대 생산했지만, 판매량은 841만대에 그쳐 113만대의 초과 공급이 발생했다. 수출로 과잉을 해소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중국의 전기차 수출량은 3년 만에 439% 증가했다. 배터리의 경우, 지난해 중국의 생산량은 1.07테라와트시(TWh)에 달했다. 이는 전 세계 수요(0.95TWh)보다 중형 전기차 156만대에 해당하는 0.12TWh를 넘는 규모다. 태양광 시장에서도 공급 과잉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 중국의 태양광 모듈 생산 능력은 1405기가와트(GW)다. 이는 중국(255GW)과 중국 외 시장(511GW) 설치량을 합치고도 남는 용량이다.
산업을 불문하고 계속되는 공급 과잉에 EU도 대응책을 강화하고 있다. EU는 중국 정부가 전기차·태양광·풍력터빈에 지급하는 보조금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보고서는 신산업에 대해 미국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세이프가드는 미국에서 수입업체가 제품을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판매해 현지 제조업체가 피해를 봤을 때 발동되는 조치다. 보고서는 “미국이 추가적인 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하고 타 국가들도 경쟁적으로 자국산업 보호조치를 취하면 글로벌 무역환경에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만큼 한국 기업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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