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대에 트럼프 정부 대변인이…"공감력·진실성 없는 사람"

이영민 기자 2024. 8. 2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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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이틀째…오바마 부부도 나란히 연설 "희망 되살아나, 미국 위해 싸울 때"
미셸 오바마 여사가 20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2일차 무대에서 남편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미국이여, 희망이 살아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미셸 오바마 여사가 20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2일차 무대에 올라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향한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전대에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 백악관 대변인도 연사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연단에 오른 미셸 여사는 "마법 같은 뭔가가 공중에 떠 있지 않냐"며 "미국이여, 희망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연설을 시작했다. 이어 "해리스는 대선에 도전한 후보 중 가장 자격을 갖춘 사람이며 가장 품위 있는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해리스는 그녀의 엄마, 나의 엄마, 여러분의 엄마에게 헌신할 사람"이라며 첫 미국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는 해리스 부통령에게 힘을 실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가 20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의 무대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뉴스1

미셸 여사는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공격도 잊지 않았다. 그는 "트럼프는 지난 수년 동안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권한을 동원해 우리 부부를 공격했다"며 "세상을 편협하고 좁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그는 고등 교육을 받고, 열심히 일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두 사람이 우연히 흑인이라는 점에 위협을 느꼈다"고 비판했다.

이어 "트럼프는 앞으로 해리스의 모든 언행을 깎아내리며 괴롭힐 것"이라며 "가만히 앉아서 불평만 하지 말고 우리가 뭐라도 하자"고 투표를 독려했다. 미셸 여사의 발언을 들은 민주당 대의원과 당원, 지지자들은 반복해서 "뭐라도 하자(Do Something)"를 외쳤다.

연설을 마친 미셸 여사는 "희망에 대해 훨씬 잘 알고, 민주주의 보강에 인생을 바친 사람을 소개하고 물러나겠다. 요즘도 매일 나라 걱정을 하는 사람"이라며 "내 인생의 사랑"이라고 오바마 전 대통령을 소개했다. 미셸 여사와 포옹을 나눈 뒤 연단에 오른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안녕, 시카고!"라고 외치며 고향인 시카고 유권자를 향해 인사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DNC) 2일 차 연단에 올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이날 전당대회 마지막 연사로 나선 오바마는 "미국은 새로운 장을 열고 더 나은 이야기를 할 준비가 돼 있다"며 "민주주의를 지킬 대통령은 해리스"라고 강조했다. 또 "횃불은 넘겨졌다"며 "우리가 믿는 미국을 위해 싸우는 건 이제 우리 몫이다"라고 해리스 지지를 호소했다.

부통령 후보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향한 칭찬도 이어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나는 월즈가 좋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이 중요한지 안다"며 "그가 입고 있는 셔츠가 정치 컨설턴트에게 받은 옷이 아니라 옷장에서 꺼내 입은 옷이라는 점이 이를 말해준다"고 평가했다.

대통령 시절 자신의 부통령이었던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찬사도 아끼지 않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바이든에게 부통령 후보를 부탁한 건 최고의 결정이었다"며 "우린 서로 다른 배경을 가졌지만 형제가 됐고 나는 그를 존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똑똑할 뿐 아니라 연륜이 풍부하고 공감 능력이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을 '친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겐 나라를 위해 개인의 야망을 내려놓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역사는 바이든을 위기의 순간 민주주의를 지킨 위대한 대통령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결정을 치하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78세 억만장자인 트럼프는 유치한 별명, 미친 음모론, 유세장 군중 규모에 집착하고 있다"며 "그가 백악관에 돌아간다면 위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는 4년 더 혼란을 겪을 필요가 없다"며 "우리는 보통 속편이 1편보다 더 나쁘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대변인 스테파니 그리샴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DNC) 2일차에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이날 전당대회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스테파니 그리샴이 연단에 올라 해리스 지지를 호소해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리샴은 2016년 대선 때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심 언론 참모로 일했다. 2019년 7월부터 2020년 4월까지는 백악관 대변인 겸 공보국장을 지냈다. 이후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의 비서실장으로도 근무했다.

그리샴은 이날 "나는 한때 트럼프 신봉자이자 조언자였고 트럼프의 가족은 나의 가족이었다"며 "하지만 카메라가 꺼졌을 때 트럼프는 자신의 지지자를 깎아내리며 '지하실 거주자들'이라고 조롱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어느 날 병원 방문 중 사람들이 중환자실에서 죽어가고 있었는데 트럼프는 카메라가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고 화를 냈다"며 "공감 능력은 물론 도덕성과 진실성도 없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트럼프는 내게 '진실이 중요한 게 아니야. 말을 충분히 반복하면 사람들이 믿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며 "나는 (공화)당보다 우리나라를 더 사랑한다. 해리스는 국민을 존중한다. 해리스에게 투표할 것"이라며 연설을 마쳤다.

이영민 기자 letsw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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