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바늘구멍’ 금융권 취업 뚫어야죠”… 뜨거웠던 공동채용 박람회
78개 금융사 참여… 역대 최대 규모
폭우 속에도 박람회 인산인해
“금융권 취업은 바늘구멍 뚫기보다 어렵다고 하지만, 뚫어야 한다.”
21일 서울 광희동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최된 ‘2024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서 만난 이주미(28)씨는 열의 가득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씨는 지난 2년간 은행권 입사를 목표로 취업 준비를 해왔다. 이씨는 이번 박람회에서 은행권 현장면접 합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장에 뾰족구두를 신고 머리를 질끈 묶은 이씨는 한 손에 쥔 자기소개서를 바라보며 연거푸 되뇌었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는 은행과 증권, 보험, 카드, 공기업과 협회 등 78개 금융사가 참여했다. 특히 이번 박람회에는 인터넷전문은행 2개사와 금융 정보기술(IT) 기업 5개사 등 14개사가 신규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이뤘다. 이날 행사는 현장면접과 채용설명회, 취업상담, 현직자 인터뷰, 이미지 컨설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박람회에 2만명에 달하는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오전 10시 DDP 입구는 정장 차림의 구직자로 인산인해였다. 정장 차림의 취업준비생뿐만 아니라 교복을 입은 특성화고 학생, 군인 등 다양한 연령대의 구직자들이 반짝이는 눈동자로 박람회에 마련된 부스를 훑었다. 호우가 쏟아지는 날씨와 다르게 구직자들의 표정은 설렘과 긴장이 감돌았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구직자들은 취업난 속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가 구직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박람회 참석을 위해 아침 기차를 타고 대전에서 올라왔다는 김준현(26)씨는 “실무진으로부터 직접 입사 준비 과정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며 “필기는 어떤 책으로 준비했는지, 면접에선 무슨 질문이 나왔는지 등 세세한 질문에 친절히 답변해줘 이를 바탕으로 준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구직자들은 이력서를 들고 각 금융사 부스로 발길을 옮겼다. 특히 현장면접을 진행하는 은행권 부스가 가장 인기가 많았다. 12개 은행에서 사전 서류심사를 통과한 청년구직자를 대상으로 현장면접을 진행한다. 이중 우수면접자로 선발되는 경우 향후 해당 은행 채용지원 시 서류전형 면제 혜택이 주어진다.
은행권 부스 앞 일렬로 나열된 의자에 앉은 구직자들이 긴장한 얼굴로 꼿꼿이 앉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하나은행 현장 채용 면접에 참여한 박소현(28)씨는 “미리 제출한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많은 질문을 받았다”며 “면접은 언제나 떨려 준비한 만큼 말을 못 해 아쉽지만 이런 기회가 주어져 감사하다”고 말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청년 창업가 육성을 지원하기 위한 금융권 창업지원 상담관과 고졸 출신 현직자가 직접 취업 노하우를 전하는 고졸 취업성공 토크콘서트를 운영한다. 보다 폭넓은 청년 일자리 창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경기도에 위치한 특성화고등학교에서 단체로 온 박예은(17)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할 계획인데 무엇을 준비할지 몰라 고민하던 차 학교에서 다 같이 오게 됐다”며 “토크콘서트를 통해 고졸 선배들의 취업 성공담을 들으니 방향성이 잡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금융사 관계자들 역시 이번 박람회에서 얻는 채용 정보가 구직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회사별로 원하는 인재상이 다르기에 금융권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희망하는 회사에 집중하는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요즘 구직자들은 학점이나 어학 점수 등 기본 스펙은 워낙 잘 준비해 오고 회사에 대한 표면적 정보도 빠삭한 편”이라며 “이에 회사의 인재상과 직무 관련 업무 현실 등 실질적인 정보 위주로 설명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축사를 맡은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사회 진출을 앞둔 청년에게 안정적 일자리는 미래 가능성과 꿈을 실현하는 기반”이라며 “이번 박람회로 청년이 원하는 다양하고 풍부한 취업 정보와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는 오는 22일까지 진행된다. 금융사들은 이 행사를 시작으로 서류전형과 필기 및 면접 전형 등을 거쳐 11~12월 중 하반기 신규채용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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