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건국’ 발언 김진태에 “도지사로서 사고하고, 행동하라”…광복회 강원지부 등 항의 ‘여진’ 계속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1948년 건국’ 발언과 관련한 광복절 경축사 내용에 대한 광복회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광복회 강원도지부는 21일 강원도보훈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지사의 광복절 경축사 발언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김문덕 광복회 강원도지부장은 이날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한 분들에 대한 언급이나 일제 강점의 부당함 등에 대한 말은 한마디도 없고 건국절을 주창하는 자들의 대변인 같은 궤변만 늘어놓았다”라고 김 지사를 비판했다.
김 지부장은 이어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면서 독립운동을 외교와 군사 분야까지 확대한 선열들의 처절했던 투쟁의 역사를 나라가 없었다는 말로 부정했다”며 “도지사가 생각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무엇인가. 정부도 아니니 일부 친일자나 식민사관에 물든 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고 폭탄을 투척한 테러 집단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김 지부장은 “자연인 김진태의 사고와 역사관이 변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도민이 뽑아준 강원의 대표로서, 도지사로서 사고하고 행동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을 비롯해 춘천여성민우회, 강원촛불행동 등 4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강원연석회는 이날 강원도청 앞에서 김 지사의 ‘1948년 건국’ 관련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항일독립운동가들은 목숨을 걸고 일제에 저항하며 나라를 되찾기 위해 임시정부를 수립하고 독립투쟁을 전개했다”며 “이러한 자주독립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1948년 8월 15일은 정부가 새로 수립됐을 뿐 건국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대한민국 정부수립일을 건국절로 오인하는 것은 임시정부를 부정하고 항일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투쟁을 무시하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 회원들은 ‘건국일 망언, 김진태 규탄’,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글이 적힌 피켓을 들고 “김 지사는 광복절 기념식에서 자행한 망언을 취소하고, 독립유공자들과 강원도민에게 즉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강원자유공정연대는 이날 같은 시간대에 맞은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지사의 발언을 옹호하며 이종찬 광복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 회원들은 ‘자유대한민국의 올바른 역사관 지켜내는 강원도지사 화이팅, 친일 몰이로 자유대한민국 정통성 훼손하는 반국가세력 OUT’이라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내걸고 “정부와 여당은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고, 올바른 역사교육 대책을 마련하라”, “이종찬 OUT”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앞서 김 지사는 지난 15일 강원대 백령아트센터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어떤 분들은 3·1 독립선언과 임시정부 수립이 이뤄진 1919년에 대한민국이 건국됐다고 주장하나 당시에는 국민으로부터 부여된 통치권이 없었고, 주권이 미치는 영토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1919년에 건국이 되었다고 하면 나라가 이미 있기 때문에 독립운동도 필요 없고 광복 자체도 부정하는 자기모순에 빠진다”며 “1948년 건국을 극구 부인하면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은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는 자학적 역사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의 경축사를 듣던 광복회 강원도지부장이 항의하며 행사 도중 퇴장하면서 광복절 경축식이 파행을 빚기도 했다.
김 지사는 지난 16일 밤 페이스북에 “건국일이 1948.8.15라고 말했을 뿐 건국절에 대해선 한마디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광복절로 그날을 기념하고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광복회가 희망하는 대로 세상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이래서 1919년 건국설이 나오는 거다”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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