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 개편안…일반병상 최대 15%↓ 중증환자 60%↑(종합)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 사업 주요 내용 소개
중증 환자 비율, 3년 내 최소 60% 이상으로 늘려야
당직, 전문의·PA 팀 단위…전공의 비중 20%로 축소
의뢰서 없이 상급종합병원 이용 시 본인부담금 인상
중환자실 보상 1조5000억원 등 총 3조원 투자하기로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1500병상 이상 대형병원의 경우 일반 병상의 15%를 감축하고 중증 환자 비율을 3년 내에 60%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정부는 중증·응급 진료 위주로 전환하는 상급종합병원에 보상을 강화할 방침이다.
유정민 보건복지부 의료체계혁신과장은 2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혁신적 의료공급 및 이용체계 개편방안' 공청회에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및 의료공급체계 개편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정부는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 사태 발생 이후 상급종합병원을 중증 진료 위주로 기능 개편을 하기 위해 올 하반기부터 시범사업을 할 예정이다.
유 과장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은 ▲진료 ▲진료협력 ▲병상 ▲인력 ▲전공의 수련 등 5대 분야 구조 혁신을 중심으로 3년 간 진행한다.
핵심은 병상과 진료, 인력이다. 그간 상급종합병원에서 중증이 아닌 중등증 이하 환자까지 진료가 많아 중증 진료라는 본래의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실제로 청구 단위 기준, 상급종합병원은 약 39%만이 중증환자였고 비상진료체계 전환 이후에도 45%로, 여전히 절반 이상은 중등증 이하 환자다.
진료 부분을 보면 상급종합병원 적합 질환 기준을 재정비했다.
이에 따라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 상 전문질환질병군(DRG-A) 외에 2차급 의료기관에서 전문의뢰된 환자, 중증응급(KTAS 1~2)으로 응급실을 거쳐 입원한 환자, 권역심뇌혈관센터·권역외상센터 입원환자,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 중증수슬 등의 소아 환자, 로봇 수술(DRG-A) 등으로 확대한다.
이를 통해 시범사업에 참여하려는 상급종합병원은 3년 안에 중증 환자 비율을 60% 이상으로 늘리거나, 현재 기준 대비 중증환자 비율을 50% 이상 확대해야 한다. 또 외래 진료량도 최근 3년 증가율보다 늘어서는 안 된다.
유 과장은 "이렇게 전환을 할 경우 수가 조정과 동시에 보상과 평가를 강화해서 시범사업 안에서도 성과 보상 금액을 좀 더 지원하겠다"며 "차후 6기 상급종합병원 지정이나 의료질 평가에도 반영을 해서 보상과 평가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병상의 경우 일반 병상은 축소하는데, 서울의 경우 허가 병상이 1500병상 이상 병원이면 일반병상의 15%, 경기·인천은 10%, 비수도권은 5%를 감축해야 한다. 단 일반병상 중에서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와 권역응급의료센터 등 특수 병상은 제외한다.
아울러 중환자 병상은 확충에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해 의무보다는 성과 보상과 연계할 방침이다.
인력은 현재 전공의 중심 당직제를 전문의와 진료지원간호사 팀 단위로 전환하면서 현재 약 40%인 전공의 비중을 단계적으로 20%까지 축소한다.
전공의 수련은 다기관 협력 수련 방안에 대해 정부가 내년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예정이며, 국가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진료 협력 부분에서는 상세 소견과 진료 기록 첨부, 패스트트랙 등을 통한 전문의뢰가 활성화되도록 하고, 환자가 미리 갈 병원을 정해서 의뢰서를 요청하는 것을 거부하거나 의료전달체계에 부합하지 않은 환자를 회송하더라도 진료 거부에 해당하지 않음을 명확히 한다.
2차급 의료기관에서 의뢰서가 없는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할 경우 본인부담을 인상하고, 반대로 의뢰서를 받은 환자는 본인부담을 경감해 제도 수용성을 제고한다.
정부는 중환자실 입원료 등 보상에 1조5000억원, 중증수술 보상에 5000억원, 사후보상에 1조원 등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에 약 3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유 과장은 "8월 말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9월에 건정심(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을 개최해 하반기에 본격 착수하겠다"며 "시범사업에 그치지 않고 궁극적인 혁신적 의료 전달체계가 확립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박진식 세종병원 이사장은 개혁 방향성과 내용에 대해 전반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일부 보완점을 지적했다.
먼저 진료 부분에서 전문질환군 중 상당 부분이 2차 병원에서도 할 수 있어, 상급종합병원과 2차 병원이 경쟁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중증응급(KTAS 1~2)으로 응급실을 거쳐 입원한 환자 기준의 경우, 이러한 환자를 많이 입원시키려면 결국 응급실 환자가 많아지게 돼 부담이 뒤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봇 수술 역시 상급종합병원 적합 질환에 포함되면 불필요한 로봇 수술이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또 이 시범사업은 상급종합병원을 참여 대상으로 하는데, 이럴 경우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준비하는 다른 지역 종합병원과 기존 상급종합병원 간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이사장은 "이런 제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려면 시범사업부터 지역 종합병원 중 3차 병원을 준비하는 병원까지 같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옥민수 울산대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역의료 완결로 가기 위해 지역친화적 평가 지표를 강조했다. 또 전공의 수련의 경우 지원을 위해 충분한 재원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장은 "의료전달체계를 단순 통제 개념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방안을 찾았으면 한다"며 "또 실손보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나와야 의료전달체계가 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 기준 15%인 일반병상 축소 규모를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일 울산대 의대 교수는 각 권역별 네트워크에서 독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공급자가 아닌 이용자(환자) 측면에서 무엇이 바뀌는 지에 대한 내용을 정리할 필요성과 3조원의 예산 효과성 모니터링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유 과장은 "오늘(21일)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보완을 하고 상세히 설명할 절차를 둬 함께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owes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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