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좀 내려야" 발언에 다시 불붙은 영화 티켓값 논란
영화계 내부서도 관객 감소 우려…극장 "서비스 개선이 중요"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영화 티켓 가격을 둘러싼 논란이 배우 최민식의 발언으로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극장과 소비자뿐 아니라 제작사와 배급사 등의 시각과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복잡한 문제로,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민식 "티켓값 내려야" 발언에 이병태 교수 "영화관이 자선사업인가"
최민식은 지난 17일 MBC 대담 프로그램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해 '영화가 죽어가고 있다'는 방청객의 문제 제기에 "극장 (티켓) 값도 많이 올랐잖나. 좀 내리라"며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갑자기 확 올리면 나라도 안 간다"라고 말했다.
그는 티켓 가격이 1만5천원으로 오른 것을 거론하고 "(그 돈으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앉아서 여러 개를 보지, 발품을 팔아 (극장에서) 여자친구랑 데이트하면 (이것저것 다 합해) 10만원이 훌쩍 날아간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극장도) 코로나 때 죽다 살아난 사람들이라 (티켓 가격 인상이) 심정적으로 이해는 된다"고 덧붙였다.
영화계에서 비중 있는 최민식의 발언인 만큼 바로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그의 발언이 담긴 유튜브 영상엔 "(영화 상영) 두 시간에 1만5천원은 비싸다"며 찬성하는 댓글뿐 아니라 "배우 출연료도 내려야 한다"며 문제가 다른 데 있다고 주장하는 댓글도 달렸다.
이병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공학부 교수도 가세했다. 이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최민식의 발언에 대해 "무지한 소리"라며 "가격이 내려서 관객이 더 많이 오고 이익이 는다면 기업들은 내리지 말래도 내린다"고 비판했다.
그는 "팬데믹 중에 영화관들은 부도 위기에 직면했었는데 최민식 배우는 출연료를 자신들의 영화를 상영해주는 극장을 위해 기부라도 했었나"라며 "영화관 사업은 땅 파서 하나, 아니면 자선사업으로 알고 있나"라고 반문했다.
영화계 내부서도 관객 감소 우려…극장 "서비스 개선이 중요"
과거에도 영화 티켓 가격은 꾸준히 올랐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극심한 손실을 본 멀티플렉스 3사가 당초 1만2천원 수준이던 티켓값을 몇 차례 인상 조치로 1만5천원(성인 2D 일반 영화 주말 기준)까지 끌어올리면서 논란이 됐다.
극장은 팬데믹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고 물가 인상으로 커진 비용 부담에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지만, 관객들 사이에선 가격 인상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한 달에 한 번 가족이나 친구 한두 명과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직장인 신모씨는 "예전 가격이면 한 달에 두세 번은 극장에 가겠지만, 요즘은 한 번도 부담스러워 조조할인이 적용되는 아침 시간대에 가곤 한다"고 말했다.
영화계 내부에서도 티켓 가격을 급격히 올리면 극장의 진입 장벽을 높여 관객이 줄어드는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영화를 보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극장 위기론은 확산했다.
티켓 가격 인상은 법적 논란으로도 비화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를 비롯한 시민단체는 지난 6월 멀티플렉스 3사의 티켓값 인상이 담합과 폭리에 해당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극장은 티켓 가격 논란에 얽매이기보다는 콘텐츠를 포함한 극장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황재현 CGV 전략지원담당은 "결국 중요한 것은 콘텐츠"라며 "티켓 가격에 상응하는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업계가 공동으로 노력하는 쪽으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민식도 '손석희의 질문들'에서 "관객을 어떻게 극장으로 돌아오게 할 것인가, 참 어려운 일"이라며 "내 생각엔 콘텐츠의 문제다. 만드는 사람들이 잘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현실로 들어가면 티켓 가격 문제는 복잡해진다. 극장 측에선 경로우대를 포함한 각종 할인 혜택을 적용하면 평균 가격은 생각보다 낮다고 주장한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 영화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평균 영화관람 요금은 9천698원으로 2021년 상반기 이후 3년 만에 1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할리우드 영화의 흥행 부진으로 티켓 가격이 높은 아이맥스와 스크린X 등 특별관의 관객이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극장뿐 아니라 제작사와 배급사 등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하는 논의의 틀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영진위는 지난해 티켓값 논란을 포함한 영화산업 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를 꾸렸지만, 지금은 논의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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