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혼돈의 안세영 사태, 주인공은 침묵하고 협회 조사는 제동···문체부 “조사위 시정명령 내렸다”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22)의 작심발언으로 시작된 배드민턴 대표팀 내부 고발 사태가 좀처럼 진척되지 않고 있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시정명령까지 받았고 안세영의 이야기는 직접 들어보지도 못하고 있다.
배드민턴협회는 지난 16일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첫 회의를 열었고 김학균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코치진의 진술을 받았다. 안세영은 지난 5일 금메달을 딴 직후 기자회견에서 “대표팀에 매우 실망했다. 더는 함께 하기 어려울 것 같다”면서 협회의 대표팀 운영과 관리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동시에 대표팀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올림픽을 비롯한 국제대회에 출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협회는 조사 마지막 단계로 안세영과 면담을 계획하고 있으나 협회가 건넨 날짜에 안세영이 출석하기 어렵다고 했다. 협회 관계자는 “날짜 2개를 제시했는데 안세영 측이 그날은 참석할 수 없다고 한 상태”라고 했다.
정작 당사자의 말을 듣지 못하는 가운데 협회는 문체부로부터 시정명령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체부 대변인실은 21일 “협회의 조사위원회 구성에 절차상의 문제가 있어 권고했고 이에 협회가 응하지 않아 현재 시정명령을 내린 상태”라고 밝혔다. 기간 내에 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해당 협회에 대한 재정지원이 중단되거나 배제될 수 있다.
문체부는 지난 16일 “배드민턴협회 정관에 따르면 각종 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이 필요한 경우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과정을 무시하고 협회장 직권으로 이사회를 구성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내용이 경미하거나 긴급할 때는 이를 집행하고 차기 이사회에 이를 보고해 승인 받는다’는 예외규정을 적용했다는 입장이지만 문체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문체부의 조사 절차도 시작됐다. 문체부 관계자는 “문체부의 조사는 진행 중이다. 서류 등을 이미 다 제출받아 조사는 시작된 상태고 곧 관계자 면담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세영은 협회와 공식 대화를 하지 않았지만 지난 19일 장미란 문체부 2차관과 만나 면담한 것으로 알려려졌다. 문체부는 이에 대해 “조사 과정과는 별개다. 체육인 선·후배 간의 만남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세영 사태 직후 대한체육회 역시 파리 현지에서 조사위원회를 꾸려 대회 폐막 후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구체적인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체육회 관계자는 “일단 문체부의 조사 결과를 보고 지적사항이 나오면 필요한 부분에 제도 개선을 해야 할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선 모습이다.
혼란 속에 배드민턴 대표팀은 일본오픈으로 다시 시작되는 국제대회 일정을 위해 18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안세영은 대회에 출전하지 않고 당분간 휴식한다. 파리에서 작심 발언과 함께 “나중에 자세히 말하겠다”고 했지만 귀국 이후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차례 글을 게재한 채 말을 아끼고 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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