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불안 커지는데…정부·업계 해법은 제각각
전기차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와 업계의 해법이 제각각이다. 완성차와 배터리 업체 간에도 화재 방지 대책을 두고 시각이 미묘하게 엇갈리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
기아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감지한 배터리 이상 징후를 고객에게 문자메시지로 알리는 시스템을 운영한다고 21일 밝혔다. 순간 및 미세 단락 감지 기술을 신규 판매 차량에 적용하고, 연말까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완료해 이미 판매된 전기차에도 순차 적용할 계획이다. 기아가 이날 발표한 ‘전기차 고객 케어 방안’에는 문자메시지 전송에 더해 전기차 안심 점검 서비스 제공, 배터리 기본 점검 강화, 긴급 상황실 운영 등이 포함됐다.
현대차·기아는 최근 배터리 제조사를 선제적으로 공개한 데 이어 무기한 무상점검 서비스를 시행하고, 영업비밀로 분류되던 BMS 기술까지 세세하게 밝혔다. 잇단 전기차 화재로 인한 소비자들의 동요가 생각보다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각종 규제 및 대책이 회사 자체적으로 공을 들여온 안전성 확보 기술의 우수성이나 선도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이른바 ‘하향 평준화’ 우려다.
과충전 방지 정책이 대표적이다. 서울시 등은 다음달 말까지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 개정 등을 통해 충전율이 90%를 넘는 전기차는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 들어갈 수 없도록 권고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여당도 충전량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전원이 차단되는 화재 예방 충전기를 9만대까지 확대 보급하기로 했다. 자체적으로 이미 완충을 차단 중인 현대차·기아로선 ‘이중 잠금’이라는 비효율이 더해진 셈이다. 필요 이상의 충전 제한으로 주행 가능 거리가 짧아지면 상품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정부로서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화재 방지 기술 수준 등을 고려해 브랜드별로 허용 충전율에 차등을 두는 방법도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하한선’에 맞춰 대책을 마련하다 보니 BMS 기술 고도화로 자체 화재 예방 대책을 갖춘 완성차 업체들로선 불만스러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후발주자들은 상대적으로 시간을 벌었지만, 이번 국면을 계기로 더욱더 안전한 배터리 기술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정부 당국의 안전 관련 규제가 강도를 높일수록 BMS 원천 기술을 보유한 배터리 업체들의 몸값은 올라간다. 이들을 향한 완성차 업계의 구애가 잇따를 수 있어서다. 그런 점에서 베터리 기술 선도 업체엔 지금이 기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완성차 업계를 상대로 ‘배터리 안전진단 소프트웨어’ 사업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의 안전진단 소프트웨어는 자동차용 BMS에 적용해 배터리 이상 징후를 사전 진단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를 토대로 충전 중 전압 하강, 배터리 탭 불량, 미세 내부 단락, 비정상 퇴화·방전, 특정 셀 용량 편차, 리튬 과다 석출 등 다양한 불량 유형을 분석해낸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해당 소프트웨어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뿐 아니라 다른 배터리 제조사 제품까지 광범위한 사용이 가능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이미 글로벌 완성차 업체 9곳의 차량에 적용 중”이라고 말했다.
권재현 기자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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