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부부, 해리스 향해 “예스, 쉬 캔”
해리스 지지 연설…2만 청중 환호
"트럼프의 무능한 4년 필요하지 않아”
“미국은 새로운 장을 펼칠 준비가 돼 있다. 우리는 카멀라 해리스 대통령을 맞을 준비가 돼 있다.”
20일 밤(현지시각)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고 있는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등장하자 큰 환호가 쏟아졌다. 시카고가 정치적 고향인 오바마 전 대통령이 “그는 할 수 있다”며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호소하면 2만여 청중은 합창하듯 말을 따라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특유의 정열적인 연설로 “목소리와 대변자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싸우는 삶을 살아온 사람”이라며 해리스 부통령을 극찬했다. 또 “횃불은 (조 바이든 대통령한테서 해리스 부통령으로) 넘겨졌다”며 “우리가 믿는 미국을 위한 싸움은 이제 우리에게 달렸다”고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자신의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징징거리는 78살 억만장자”라고 부르는 등 작정한듯 신랄한 비판을 퍼부었다. 그가 “우리는 허세, 무능, 혼란의 4년이 또 필요하지는 않다. 우리는 이미 그 영화를 봤고, 보통 속편은 더 안 좋다는 것을 모두가 안다”고 말하자 폭소와 박수가 쏟아졌다.
전당대회 이틀째인 이날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아내 미셸도 연단에 올라 남편 못지않은 인기를 보여줬다. 미셸은 해리스 부통령과 자신은 딸을 강하게 키우려고 분투한 어머니를 뒀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해리스는 대통령직에 도전한 가장 자격 있는 사람들 중 하나”라고 추켜세웠다. 또 “미국에 희망이 돌아오고 있다”며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을 위해 “무엇이라도 하자”는 말을 반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미셸의 비판과 해학도 청중석을 뒤흔들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악하고, 여성 혐오적이며, 인종주의적인 거짓말에 몰두한다”고 했다. 또 “트럼프가 구하려는 일(대통령직)은 ‘블랙 일자리들’(black jobs)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누가 말 좀 해주겠냐”고 해 웃음을 유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민자들이 ‘블랙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말한 것과 해리스 부통령이 흑인인 점에 착안해 조소가 담긴 농담을 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 표현에 흑인 단체에서는 “대체 ‘블랙 일자리’란 게 뭐냐”는 비난이 나온 바 있다.
해리스 부통령 쪽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모습이 그가 초선 상원의원으로서 2008년 대선에서 바람몰이로 승리한 과거를 재연하는 분위기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그때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투표율이 백인을 앞섰다. 해리스 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선거 승리를 이끈 참모들을 선거캠프에 다수 영입하기도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2004년 상원의원에 출마한 오바마 전 대통령을 위해 샌프란시스코 호텔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 도움을 주며 그와 깊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08년 대권 도전을 선언했을 때 샌프란시스코 검찰청장이던 해리스 부통령은 첫 당내 경선지인 아이오와주에서 그를 위해 호별 방문 선거운동을 해줬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가 된 해리스 부통령에게 정치적 메시지와 부통령 후보 인선에 대해서도 도움말을 해줬다고 전했다.
대표적 진보 정치인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이날 찬조 연설에 나서 불평등 해소와 복지 증진을 위해 “11월5일에 해리스를 대통령으로 뽑자”고 했다. 가자지구 전쟁을 벌이는 이스라엘 정부와 그들에게 무기를 대주는 미국 정부를 비판해온 유대인이기도 한 그는 즉각 종전도 주장해 박수를 받았다.
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 백악관 대변인을 한 스테퍼니 그리셤 등 트럼프 전 대통령에 반대하는 공화당 인사들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해 눈길을 끌었다. ‘1·6 의사당 난동’ 사건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갈라선 그리셤은 “트럼프는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는 자신의 지지자들을 지하실 거주자들이라고 비웃고는 했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감 능력도, 도덕도, 진실에 대한 충실성도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역시 공화당 소속이지만 해리스 부통령 지지 선언을 한 존 자일스 애리조나주 메사시 시장도 나와 “공화당은 극단주의자들한테 납치됐다”며 공화당원들은 해리스 부통령에게 투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주요 경합주인 위스콘신주의 밀워키를 방문해 지난달 공화당 전당대회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이 후보 지명 수락 연설을 한 실내체육관에서 유세했다. 이미 온라인 대의원 투표로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그는 형식적 호명 투표로 후보 선출이 선언되자 시카고 전당대회장과 연결된 화면을 통해 “당신들의 후보가 돼 매우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시카고/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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