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간 블링컨 '빈손'? 휴전협상 안갯속…이란은 보복 속도조절

김종훈 기자 2024. 8. 21. 15:4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필라델피 통로 이스라엘군 주둔 문제 협상 최대 걸림돌…
이스라엘 인질 가족 "네타냐후, 협상 확신 못한다 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0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중동 순방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이집트로 장소를 바꿔 이번주 재개될 예정인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중동 순방이 20일(현지시간) 눈에 띄는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블링컨 장관은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라면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향해 협상에 적극 임할 것을 촉구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의사를 보여온 이란은 "(행동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휴전 협상 결과를 기다리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이집트에서 지난주 휴전 협상이 진행됐던 중재국 카타르의 도하로 이동, 중동 순방을 마무리하면서 "(휴전 협상은) 아직 진척돼야 한다. 그리고 며칠 내로 완료돼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집트에서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과 회담했다. 가자 지구와 이집트 국경을 따라 지중해까지 설정된 비무장지대 필라델피 통로에 군을 주둔시키겠다는 이스라엘 측 주장을 논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필라델피 통로를 통해 무기를 밀수하고 있다면서 지난 5월 이 일대를 점령했고, 이집트는 비무장지대에서 군사활동을 한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현재 논의되는 휴전안의 내용인지 정확히 알려진 바 없지만, 전문가들은 필라델피 통로 주둔 문제가 휴전으로 가는 걸림돌 중 하나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후세인 하리디 전 이집트 외무차관보는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필라델피 통로를 둘러싼) 분쟁이 협상의 걸림돌이자 이스라엘과 이집트 간 긴장이 고조되는 이유"라면서 엘시시 대통령이 블링컨 장관 회담에서 이스라엘 군 주둔을 재차 반대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외교위원회(ECFR) 소속 중동 전문가인 휴 로바트는 블링컨 장관이 이스라엘 군 필라델피 주둔을 허용하되 병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하려 했을 것이라고 알자지라에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익명 외교 안보 소식통을 인용, 블링컨 장관이 다국적 군을 6개월 동안만 주둔시키자는 안을 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로바트는 "이건 이스라엘 대 하마스가 아닌 미국 대 이스라엘의 협상"이라면서 "미국이 이스라엘의 협상 조건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번주 이집트 카이로에서 추가 진행될 예정인 가자지구 휴전 협상에서 하마스와 이집트의 반대 입장이 고려될 여지가 없어보인다는 취지다.

이 경우 이번주 협상도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 철군하지 않으면 인질, 포로 교환은 없다는 게 하마스 입장이기 때문. AP통신은 이스라엘 대표단이 지난 18일 카이로를 방문,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20일 네타냐후 총리와 면담한 이스라엘 인질 가족은 현지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 협상이 이뤄질지 아직 알 수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이 영구적 휴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구금된 인질들이 모두 송환되면 가자 지구 공격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알자지라는 "팔레스타인 점령지에서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세력은 선제 공격한다는 게 이스라엘 군 지침"이라며 "이 조건(인질 석방 후 가자 지구를 재공격하겠다는 조건)은 그 연장선에 있는 것"이라고 했다.

또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 내 팔레스타인인을 수시 검문하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피난민들을 원래 거주지로 돌려보내기 전 무장대원으로 활동할 가능성이 없는지 검사하겠다는 것. 가자 지구 현지인들은 거주의 자유를 침해한다면서 강력 반대한다. 알자지라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때부터 거주지를 빼앗겨왔다"면서 "자유롭게 거주지로 복귀하는 것은 그들에게 아주 민감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에서는 19일 가자 지구에서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 시신 6구가 운송된 이후 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질 가족들은 "인질들을 집으로 돌려보낼 방법은 휴전뿐"이라면서 네타냐후 총리에게 휴전안 서명을 촉구했다.

반면 이스라엘 군은 가자 지구를 계속 폭격 중이다. 알자지라는 20일 이스라엘 군이 가자 지구 내 무스타파 하피즈 학교와 데이르 알 벨라 시장 등을 연달아 공습해 52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교전도 지속된다.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은 이날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를 향해 로켓 135발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로켓은 대부분 민간인이 드문 곳에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폭격으로 최고위 사령관 푸아드 슈크르를 잃은 뒤 수시로 이스라엘을 향해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

만약 이번주 휴전 협상이 무산될 경우 하마스,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도 직접 이스라엘을 타격할 가능성이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이란 혁명수비대 측은 "(이스라엘에 대한) 대응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휴전 협상 결과를 기다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혁명수비대 측이 언급한 대응은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피살된 것에 대한 보복을 뜻한다. 이란은 피살 사건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보복을 예고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