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쿠르스크 범죄자들과 싸워야”···러시아군, 도네츠크시 문턱까지 점령

윤기은 기자 2024. 8. 2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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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람잔 카디로프 체첸 수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러시아 연방 체첸공화국 구데르메스 러시아 특수부대 대학교를 방문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중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군으로부터 압수한 전리품을 둘러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를 15일째 공습한 20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북오세티야 공화국의 베슬란 테러 현장과 체첸공화국을 방문해 내부 결속을 다지는 행보를 밟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물류·전략 요충지인 니우요크를 장악하고 동부 전선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서남부 베슬란에서 테러 희생자 부모들과 만나 “테러리스트들과 싸운 것처럼 오늘날 우리는 쿠르스크주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세력과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2004년 베슬란 제1공립학교에서 체첸 이슬람 반군의 인질 사건이 발생한 이후 20년 만에 이곳을 찾았다. 당해 9월1일, 체첸 이슬람 반군은 러시아에 체첸공화국의 독립을 요구하면서 학생, 교사, 학부모 등 1200여 명을 폭탄이 설치된 체육관에 몰아넣어 인질극을 벌였고, 334명이 끝내 사망했다.

같은 날 푸틴 대통령은 러 연방 체첸공화국을 13년 만에 깜짝 방문해 그의 우군인 람잔 카디로프 체첸 수장을 만났다. 푸틴 대통령은 구데르메스 특수 군사 훈련 시설을 방문해 우크라이나 파병을 앞둔 자원병을 격려하면서 이들 덕분에 러시아가 “천하무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체첸공화국은 러시아에 특수부대를 비롯해 병력 수만 명을 보내 전쟁을 지원해왔다.

20일(현지시간) 11세 소녀 테샤냐와 그의 61세 할머니가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포크로우스크에서 피난가기 위해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러시아 본토를 급습해 기세를 떨친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인근을 겨냥한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모스크바주 포돌스크의 세르게이 소비야닌 시장은 이날 텔레그램에 “우크라이나가 모스크바 지역에 드론 공격을 가했다. 드론을 이용한 공격 상황 중 규모가 가장 크다”면서 11기의 드론이 러시아 부대에 요격됐다고 밝혔다. 그는 초기 조사 결과 인명·물적 피해는 없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본토 방어 작전을 펼치면서도 우크라이나 동부 점령지를 늘려가며 맞대응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20일 우크라이나군 “도네츠크주 노브고로드스코예(우크라이나명 니우요크) 마을을 해방했다”며 “(니우요크는) 도네츠크주의 대규모 마을 중 하나로 전략적으로 중요한 물류 거점”이라고 밝혔다.

니우요크는 도네츠크시와 약 30㎞ 떨어진 곳으로, 마을 인근에는 우크라이나군의 탄약·식량 보급로로 쓰이는 고속도로가 지난다. 러시아 일간지 이즈베스티야는 러시아군이 니우요크를 통과하는 철도 노선을 이용해 보급을 강화하면 공격 속도를 높일 수 있으며, 우크라이나는 도네츠크 남부를 회복할 기회를 잃게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의 요새 역할을 하는 도네츠크시를 장악하기 위해 인근 마을을 하나씩 점령해 나가고 있다. 전날 러시아군은 니우요크에서 북동쪽으로 약 5㎞ 떨어진 아르툐모보(우크라이나명 잘리즈네) 마을과 비옘카 기차역을 장악했다고 밝혔다.

도네츠크시에서 북서쪽으로 50여㎞를 향하면 나오는 포크로우스크도 점령 위기에 놓였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전날 가족 중 어린이가 있는 주민은 이곳을 떠나라고 명령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포크로우스크와 도네츠크 방어가 어렵다며 열세를 인정했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러시아군이 포크로우스크에 병력을 추가 투입하고 있다며 이곳에서 개전 이래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이날 전했다. 시르스키 총사령관은 쿠르스크에서는 자국군이 국경으로부터 28∼35㎞ 진격해 1263㎞에 걸쳐 93개 마을을 점령했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러시아 국방부는 쿠르스크, 벨고로드, 브랸스크 등 우크라이나군의 위협을 받는 접경지 3곳에 작전 사령부를 설치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쿠르스크 전투에서 지금까지 우크라이나군 4130명이 사상한 것으로 집계했다. 또 쿠르스크와 접한 우크라이나 수미의 지휘소와 탄약고를 수호이(Su)-34 전투폭격기로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대외정보국(SVR)은 쿠르스크 공격과 관련해 ‘제3국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이즈베스티야 보도에 따르면 SVR은 미국, 영국, 폴란드 등 정보기관이 쿠르스크 작전에 참여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쿠르스크 작전에 관여한 부대들이 영국과 독일에 있는 훈련소에서 전투 조정 훈련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SVR은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앞서 백악관은 우크라이나 정부로부터 러시아 본토 급습 작전에 관한 사전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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