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의 귀환 “성장의 의미 다르게 바라보고 싶었다”
“저는 성장의 의미를 다르게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이 소설에서는 성취 혹은 성공을 이루기보다는 하지 않으려고 하거나 무언가를 그만둔 아이들이 나와요. 재능이 구원이 되는 이야기는 되지 않았으면 싶었습니다.”
김애란 작가는 21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뒤집어진 가족 소설, 성장 소설”이라고 새 작품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 작가는 “무언가를 그만두는 과정에서 자기 이야기에 몰두하다 종래에는 타인의 이야기에 관심을 두게 되고 내 고통만큼 다른 사람의 슬픔도 상처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더불어 그리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젊은 거장’이라 불리며 확고한 독자층의 지지를 받는 김애란 작가가 <두근두근 내 인생> 이후 13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알라딘 등 인터넷 서점에서 예약 판매를 하자마자 종합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출간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김 작가는 “실제로 소설을 쓴 기간은 3년 반 정도 된다. 다른 장편 소설을 계간지에 연재하기도 했지만 중단했다”라며 “헤매고 버린 시간도 있었는데 낭비라기 보다 치러야 했던 비용이자 새롭게 삶을 배우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설은 고등학교 2학년인 지우, 소리, 채운이 몇 가지 우연한 계기를 통해 서로를 의식하기 시작한 순간 서서히 가까워지며 잊을 수 없는 시기를 통과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독자는 세 아이의 시점을 오가면서 서서히 진실이 밝혀지는 독특한 구성을 통해 인물들이 어떻게 현재에 다다르게 됐는지 총체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불리며 인물의 다면적이고 중층적인 삶을 몰입감 넘치게 그려 온 김애란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간결하고 여운 가득한 문장으로 흡입력 넘치는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문학동네는 사전에 마련한 독자강독회에서 절반가량의 독자가 작품을 읽고 눈물을 흘렸다며 소설이 지닌 정서적인 힘을 강조했다.
첫 장편 <두근두근 내 인생>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청소년이 주인공이다. 김 작가는 “<두근두근 내 인생>에는 부모를 적극적으로 이해해주는 청소년이 등장한다. 시간이 지난 후, 자신의 병만으로도 벅찼을 텐데 그렇게 어른을 이해해주려 했던 주인공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라며 “기성세대가 되어보니 청소년을 그릴 때 이들에게 아주 적극적인 구원은 아니더라도 희미한 온기나 약간의 디딤돌이 되어 줄 수 있는 어른들을 한두 명씩 세워두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소설은 ‘이야기(거짓말)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김 작가는 “이야기의 미덕만을 다루는 소설이 되지 않았으면 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야기는 우리를 위로해주지만, 때로는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는 사실도 같이 말하고 싶었습니다. 소설 속에서 한 아이가 ‘미술은 자기 정화 효과가 있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구현해주지만 쉽게 고통을 덜어주지는 않는다’라는 문장을 보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 아이는 ‘그 말을 믿을만한 말이라고 생각했다’라는 감상을 남깁니다. 이야기 혹은 문학에 대한 제 생각도 비슷합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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