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던스’ 실거주길 열리나…서울서 생숙 용도변경 첫 사례

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 오피스텔로 용도 전환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생활형 숙박시설 관계자들이 2023년 9월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앞에서 '이행강제금 부과 예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연 모습 ⓒ 연합뉴스

'레지던스'로 불리는 생활형 숙박시설(생숙)의 용도를 오피스텔로 전환한 첫 사례가 나왔다. 당국은 생숙을 주거용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 중인데, 실거주가 막힌 다른 생숙으로 용도 전환 움직임이 확산할지 주목된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전날 제3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도건위) 수권소위원회를 열고 '마곡 도시개발사업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수정 가결했다. 마곡동 767-4‧5 일대의 생숙 '롯데캐슬 르웨스트'의 허용 용도에 오피스텔을 포함하는 게 골자다.

롯데건설이 시공을 맡은 이 단지는 최고 15층, 5개동, 876실 규모의 생활형 숙박시설이다. 2021년 분양 당시 전용 84㎡의 분양가가 최고 16억1000만원에 달했고, 이달 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현재로서 생숙은 주거용 사용이 불가능하다. '레지던스'라고도 불리는 생숙은 당초 외국인 관광객이나 장기 출장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됐으나, 부동산값이 크게 오른 2020년부터는 주거용으로 투자 수요가 몰렸다.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 적용을 받는 시설이라, 과세나 전매제한 등 부동산 관련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당국은 2021년 5월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생숙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생숙은 엄연히 숙박 시설로 분류되는 만큼 주거용 사용은 불법이라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생숙은 숙박업으로 신고해야 하며, 주거용으로 사용하려면 오피스텔로 용도 전환을 마쳐야 한다. 이를 어기면 건축법 위반으로 매년 시가표준액의 10%를 이행 강제금으로 부과한다. 이행 강제금 부과 시기는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말로 연기된 상태다.

다만 생숙의 오피스텔 용도 전환은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생숙 10만3820실 가운데 약 1.1%인 1173실이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마쳤다. 생숙보다 오피스텔의 주차장 규모, 복도 폭, 출입구 개수 등 갖춰야 하는 기준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를 계기로 생숙의 용도변경 사례가 더 확산할지 관심이 쏠린다. 서울시 측은 "오피스텔을 허용하는 용도계획과 이에 따른 주차장 확보기준을 변경하길 원하는 주민 제안이 있었다"며 "마곡 지구 내 생숙 및 오피스텔 현황분석을 통해 도시환경과 지역 여건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