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발의한 가짜뉴스 '불법정보' 규정 법안에 방통위도 '이견'
허위조작정보 불법정보로 규정하고 포털 제재하는 법안
방통위 방심위, 허위조작정보 정의 불분명한 점 지적
사업자 규제 조항에 방통위 "명확성 부족해 보여"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허위조작정보 규제 법안에 방송통신위원회가 규제 대상이 모호하고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의 입장을 제출했다.
김장겸 의원이 지난 6월 대표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포털 등 사업자에게 허위조작정보 유통방지, 책임자 지정의무 부과 △허위조작정보를 인터넷 유통이 금지되는 불법정보에 포함 △허위조작정보로 권리가 침해되는 경우 누구든지 해당 정보의 삭제·반박내용의 게재 등을 요청하는 제도 마련 △허위조작정보 유통사업자에 이행명령, 형사책임, 과태료 부과 등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담았다.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 국면에서 뉴스타파의 김만배 녹취록 보도를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포털 등에 대한 규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등록된 과방위 수석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엔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 기준이 모호하고 과잉 규제가 될 수 있다는 부처 입장 및 수석전문위원의 의견이 제시됐다.
특히 규제 대상의 기준이 모호하고 포괄적이라는 지적이 공통적으로 나왔다. 김장겸 의원 법안은 규제 대상인 허위조작정보를 '정보통신망을 통해 일반에게 공개돼 유통되는 정보 중 거짓 또는 왜곡을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오인하도록 조작된 정보'로 규정했다.
이와 관련 수석전문위원 보고서는 “허위조작정보의 개념 및 판단기준에 이견이 있는 상황에서 사업자 및 이용자에게 유통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경우 사업자의 과도한 부담을 야기하고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법 개정에 앞서 허위조작정보의 개념 및 판단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인용된 방송통신위원회의 입장을 보면 방통위는 입법취지에는 공감한다고 밝히면서도 “사회혼란 야기, 경제적 이익 등 목적을 한정하지 아니하는 경우 정보게재자가 사실로 믿을 근거가 충분했던 정보, 경과실로 오인한 정보 등까지 규제대상에 포함될 우려가 있다며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역시 “거짓, 왜곡 등 불명확한 표현을 보다 명확하게 하고, '경제적·정치적 이익 추구의 목적' 또는 '타인을 속이기 위한 고의' 등 범위를 한정하여 선의의 이용자를 최대한 보호하는 방향으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사업자 제재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방통위는 “선언적 노력의무 등에 대한 행정상 명령 미이행을 사유로 벌칙을 부과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며 “현행 법률에 의해서도 위반행위에 대한 시정조치 명령과 시정명령 미이행에 대한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므로 개정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방심위 역시 “노력해야 할 구체적인 의무사항이 적시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행명령 및 벌칙을 규정한 것은 명확성이 부족해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
또한 규제 방식에 관해 방통위는 “허위조작정보에 대해서는 현행 불법정보 제도로 규율하기보다는 허위조작정보의 복합적 특성을 고려한 유통방지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가짜뉴스' 규제 법안은 21대 국회에서도 쏟아지다시피 했는데 대동소이한 지적을 받았다.
21대 국회에 여야가 발의한 관련 법안들은 △허위정보 유포자 형사처벌(정보통신망법) △포털 등 플랫폼 사업자에 허위정보 방지 책임 부여(정보통신망법) △인터넷 게시물 차단 제도 강화(정보통신망법) △손해배상 강화(언론중재법) △공직선거법상 규제 대상에 가짜뉴스 포함(공직선거법) 등이다. 이들 법안은 공통적으로 '허위'나 '조작' 여부를 분명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악용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비판이 잇따랐다.
'가짜뉴스' 규제 논의가 시작된 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때부터다.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가짜뉴스 대응 의지를 강조한 직후 자유한국당 의원들 주도로 규제 논의가 시작됐다. 이후 2017년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하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가짜뉴스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민주당은 가짜뉴스 규제 법안(정보통신망법)과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 법안(언론중재법)을 연달아 추진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드루킹 사태' 당시 포털에 가짜뉴스 규제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여야 불문하고 논란의 소지가 있는 표현물 규제 법안은 반복적으로 발의되는 모양새다. 2018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가짜뉴스 규제를 추진하자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현행법으로도 얼마든지 가짜뉴스를 방지하고 처벌할 수 있는데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것은 정치적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지난해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누가 봐도 가짜뉴스, 순 진짜 가짜뉴스는 단속하는 것이 맞다”고 밝히자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순 진짜 가짜뉴스가 어딨냐”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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