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폭 전대’ 앙금? 한동훈, 오전 일정 비워두고 나경원 토론회 ‘불참’

같은날 ‘친한’ 장동혁 토론회 축사서
김상훈 의장 ‘한 대표 참석 여부’ 비교

한동훈·나경원 후보가 지난달 17일 오후 경기 고양시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서울 인천 경기 강원 합동연설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기 위해 자리를 잡고 있다. 연합뉴스

“오전에는 나경원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 잠깐 참석했다. 근래 보기 어렵게 동료 의원이 많이 참석했다. (오후에) 장동혁 의원이 개최한 토론회에 와보니 못지않은 의원들이 참석했다. 딱 한가지 차이점은 한동훈 대표가 참석했다는 것이다.”

21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간첩죄 처벌 강화를 위한 형법 개정 입법토론회가 열렸다.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으로 당 소속 의원들의 입법토론회에 얼굴을 비쳐야 하는 김상훈 의장은 짧은 축사에서 한동훈 대표의 참석을 강조했다. 당 대표의 참석을 빛내주려는 의례적 발언으로 보이지만, 하필이면 나경원 의원 주최 토론회에 한 대표가 불참한 것과 비교한 것이 문제였다.

한 대표와 나 의원은 지난달 전당대회에서 ‘자폭 전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면 충돌했다. 전당대회 직후 두 사람은 환하게 웃으며 포옹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지만, 당내에서는 앙금이 사라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이날 오전 나 의원은 국회의원회관에서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 구분 적용’ 세미나를 열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중견기업연합회,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서울경제인협회가 공동 주최했다. 후원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의가 했다. 노동계 반대에도 국민의힘이 관심을 가지는 내용인 데다, 국민의힘 지지층 상당 부분을 견인하는 주요 직능단체에서 대거 참여한 토론회였다.

앞서 국민의힘은 전날 오후 주요 당직자의 21일 일정을 공지했다. 추경호 원내대표와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오전 10시 나경원, 오후 2시 장동혁 의원실 토론회에 모두 참석한다고 했다. 반면 한 대표의 21일 공식 일정은 오전은 텅 빈 채 오후 2시 장 의원실 토론회 참석만 공지됐다. 국회의원들은 비공개 일정이 있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동료 의원이 주최하는 행사에는 잠깐이라도 참석하는 품앗이를 중요하게 여긴다. ‘원외’ 당 대표의 경우 의원들과의 스킨십을 넓혀 가는 것도 중요한 업무다.

장 의원은 친한동훈계 핵심 의원이다. 측근 의원 토론회에 참석한 한 대표는 축사에서 “안보는 가장 중요한 민생”이라며 현행 간첩죄 적용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으로 바꾸는 것과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