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사과’ 뜻도 모르던 우리아이...책 펼쳐놓고 ‘이것’ 하더니 달라졌네
긴 글 이해 능력 점점 떨어져
옮겨적기로 생각 키우는 도서
3년새 5배 출간 급증해 눈길
커뮤니티선 각종 필사모임도
문해력 향상을 위한 필사가 주목을 받으면서 지난 3월 출간된 유선경 작가의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노트’는 6개월째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올랐다. 30쇄를 앞둔 이 책은 독자들이 작가가 엄선한 134개 명문을 따라 쓰도록 엮은 것인데, 인터넷 서점 예스24 주간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는 8월 둘째주에도 다른 인기 신간들을 제치고 종합 1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한정판 필사노트를 함께 증정하는 인문학 책이나 ‘어휘력’ ‘문해력’ 등을 키워드로 한 도서의 출간도 급증하고 있다.
21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제목이나 부제에 ‘문해력’ 또는 ‘어휘력’이 포함된 국내 도서는 출간일을 기준으로 2020년 36종에서 2021년 78종, 2022년 147종, 지난해 162종으로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새 5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올해 역시 상반기에만 105종이 출간됐고, 최근 한 달 동안에도 20여 종의 관련 도서가 새롭게 나와 이 같은 증가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문해력 마인드셋’ ‘인공지능은 나의 읽기-쓰기를 어떻게 바꿀까’ ‘한·영 기사로 보는 어린이 문해력 톡톡!’ 등이다.
필사는 문해력을 높여 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어려운 전문 용어나 복잡한 논리 구조를 가진 글도 찬찬히 읽으며 따라 쓰다 보면 체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에 담긴 의미와 어휘들을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인 셈이다.
한글을 모르는 문맹은 아니지만 맥락을 이해 못하는 이들을 일컫는 ‘맥락맹’이란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최근 문해력 저하 문제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런 가운데 필사는 다양한 글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과 소통하며 상호작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일상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어휘들을 모은 책도 눈길을 끈다. 지난 6월 출간된 지 한 달 만에 1만부 넘게 팔린 김종원 작가의 ‘부모의 어휘력’이 대표적이다. 아이의 사고 방식이나 태도,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부모의 말 가운데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어휘 126개를 상황별로 소개한다.
일례로 많은 부모들이 자녀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작가는 이보다 ‘대견하다’는 말이 더 올바른 표현이라고 짚었다. ‘일을 하느라고 힘을 들이고 애를 쓰다(수고하다)’는 말보다는 칭찬의 의미가 더해진 ‘흐뭇하고 자랑스럽다(대견하다)’는 말이 자녀에게 더 큰 성취감과 만족감을 준다는 것이다. 책에는 필사를 위한 페이지도 포함됐다. 역시 지난 2월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주윤 작가의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문해력’은 70가지 필수 어휘를 추렸다.
어린이·청소년을 겨냥한 도서들도 인기다. 문해력이 학습 능력에 있어서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수학, 과학 문제를 풀 때도 배경지식을 발휘하는 것보다 문제의 뜻을 올바르게 파악하는 게 먼저다. 지난달 31일 출간된 송숙희 작가의 ‘10대를 위한 공부머리 문해력’은 독해력·사고력·문장력을 키우는 방법과 나아가 공부를 지속할 수 있는 동기·감정 조절능력을 키워주는 ‘저널 쓰기’를 소개한다. 송 작가는 책에서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한 질문에 대답한 친구와 대답하지 못한 친구의 차이는 (머릿속에서 내용을) ‘꺼내기’ 할 줄 아느냐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각종 커뮤니티에서도 다양한 필사 모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례로 김종원 작가가 지난 4월 개설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김종원 작가와 필사’에는 현재 남녀노소 불문하고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해 세계철학전집 필사를 진행하고 있다. 유료 필사 모임도 적지 않다.
20일 동안 책 한 권을 함께 읽고 쓰는 온·오프라인 필사 모임 ‘워크아미’는 회당 2만5000원의 참가비를 받는데 이달로 9기를 맞았다. 유튜브 채널 ‘미료의 독서노트’를 통해 필사 모임을 이끌고 있는 조미정 작가는 “아무리 복잡하고 헷갈리는 소설이라도 잘 정리하며 읽으면 완독이 쉬워진다”며 “함께 하면 꾸준히 필사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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