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붕괴 우려”···조용한 지도부에 여당 내에서도 불만 목소리

문광호 기자 2024. 8. 2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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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료공백에 따른 응급실 진료 관련 브리핑을 진행한 20일 서울대학교병원 내 서울권역 응급의료센터에서 관계자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응급실 과부하 해소를 위해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100% 인상, 광역상황실 추가 등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조태형 기자

의·정 갈등 사태로 응급실 과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여당은 별다른 대책도 내놓지 않고 조용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취임 후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 당론으로 삼을 만한 입장도 정해지지 않았다. 당내에서는 사태 수습을 위해 지도부가 더 적극적으로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대표는 지난달 23일 취임한 이후 한달 가까이 의·정 갈등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지도부 중에서는 의사 출신인 인요한 최고위원이 지난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제발 좀 돌아오라. 모든 걸 원점으로 갈 수 있다고 약속은 못하지만 새 대표도 오셨고 여기 지도부에 많은 사람이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며 대화를 제안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의대정원을 갑자기 2000명 늘리자고 하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행동이 아니다”라며 정부와 각을 세웠다.

당 지도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내부에서는 비판이 제기된다. 의사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아마 가을 정도가 되면 지방의료원부터 연쇄 도산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잘못했다는 점에 대해 솔직하게 시인하고 의대 증원은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 지도부를 겨냥해서도 “여당도 최대한 노력해서 정부를 설득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영남권 국민의힘 중진 의원도 “좀 아니다 싶으면 대통령이 노선을 바꿔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고 있다”며 “정부에서 의사 수를 늘리면 낙수효과로 내과·외과도 간다고 말한 건 실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방의대 정원을 늘려도 다 서울로 온다”며 “우리 당 의원들도 이건 좀 아니라고 생각들 한다”고 말했다. 의사 출신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지난 19일 한 대표와 상임고문단 오찬에서 “2000명 의대 증원 문제 때문에 촉발된 의정대란이 의료 붕괴로 진행될까 걱정”이라며 “여러분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대표 취임 후 의대 증원 문제와 관련한 당론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아직 당론으로 심도 있게 결론이 난 게 없다”며 “이 사태가 너무 길어지니까 여당 의원으로서 죄송하다. 양쪽이 서로 한 발짝씩 양보하는 게 최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이 확고하다는 점에서 당 지도부로서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대표가 취임 직후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문제를 두고 한 차례 각을 세웠다는 점에서 연달아 다른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의료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달 22일 기준 전국 40개 의대 재학생 1만8217명 중 수업에 출석 중인 학생은 495명(2.7%)에 불과하다. 사실상 의대생 전부가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역, 필수의료 분야 의료 공백 문제도 커지고 있다.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하반기 전공의 지원자 91명 중 19명(20.9%)만이 비수도권 수련병원에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필수의료 과목인 내과, 외과, 소청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흉부외과 지원자 현황을 보면 비수도권 수련병원 지원자는 1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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