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증상 가벼워도 전파력 강해”…면역력 약한 사람에게 퍼질 위험 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다음 주에만 35만명이나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보건당국은 요즘 유행하는 KP.3 변이 바이러스가 빠르게 전파되는 데다, 아파도 참고 평소처럼 일상생활을 하는 ‘깜깜이 환자’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자가 격리나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수칙이 사라지면서 사람들이 코로나19를 예전처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도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유행을 주도하는 KP.3 변이가 다른 오미크론 변이보다 전파력이 강하다고 본다. 대개 바이러스가 전파력이 강해지는 쪽으로 진화를 하면 치명률은 낮아진다. 하지만 KP.3는 치명률과 중증도가 이전 오미크론 변이와 비슷하다. 박세윤 한양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요즘 유행하는 KP.3 변이는 증상이 가벼워 보여도 이전보다 전파가 잘 돼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여전히 위험하다”며 “이전만큼 엄격한 방역조치는 아니더라도 손 씻기, 실내 환기 등 개인 위생 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세윤 교수와의 일문일답.
–요즘 코로나19는 덜 아프다는 말이 많다. 증상 발생 순서도 비슷하다고 한다.
“아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상기도 ACE수용체에 들러붙으면서 감염되는 방식이므로 사람마다 기침과 인후통 등 비슷한 증상을 겪을 수 있다. 또한 대부분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면서 면역력을 획득해 젊고 건강한 사람은 가벼운 감기 증상으로 지나갈 수 있다. 하지만 사람마다 면역력이나 건강 상태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가볍다거나 증상 순서가 반드시 똑같이 나타난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어떤 환자는 인후통을, 어떤 환자는 기침을 더 오랫동안 강하게 겪을 수 있다.”
–기침, 재채기 증상이 없으면 바이러스 전파력이 없는가.
“아니다. 감기나 독감(인플루엔자) 등 다른 호흡기 질환 바이러스는 증상이 심할수록 전파가 잘 된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로 증상이 심할수록 다른 사람을 전염시킬 위험이 더 커진다. 그런데 코로나19는 증상이 발현되기 전부터 전파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증상이 가볍거나 거의 없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키지 않는다고 생각할 순 없다.”
–이제 코로나19 대유행 때처럼 검사를 받아야 하는가.
“대부분 사람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면역력을 어느 정도 갖췄다. 그래서 젊고 건강한 사람들은 코로나19에 걸려도 감기처럼 앓고 지나간다. 또한 이런 사람들은 코로나19로 확진돼도 일반 감기약을 처방 받는다. 그러므로 반드시 모두가 다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렇지만 가족이나 자주 만나는 사람 중에 면역저하자, 예를 들어 고령자나 임산부, 기저질환자가 있을 수 있다. 가족 내 전파가 특히 위험하기 때문에 코로나19 증상이 있다면 다른 가족을 위해서 검사를 받는 게 좋겠다.”
–면역저하자에게 이번 변이가 위험하다는 얘기인가.
“질병관리청은 지난 4년간 코로나19 누적 치명률을 0.1%, 오미크론 변이 이후 치명률은 0.05% 정도로 보고 있다. 계절독감과 비슷한 수준이다. 젊고 건강한 사람은 가볍게 지나가지만 면역저하자는 중증 위험이 여전히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치명률이 50세 미만은 0.01% 이하이지만 60세 이상부터 높아진다. 특히 80세 이상은 1.75%로 급격히 높아진다.”
–면역저하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질병관리청은 면역저하자들에게 코로나19 백신을 맞도록 권고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사람은 미접종자에 비해 감염 위험이 3분의 1로 줄고 입원 위험은 4분의 1로, 그리고 중증화 위험은 5분의 1로 줄어든다. 60세 이상 코로나19 환자에게는 감기약 외에도 항바이러스제인 팍스로비드, 라게브리오 등을 처방한다. 또한 면역저하자의 상태에 따라 코로나19로 인해 폐렴 등 세균성 감염이 같이 일어날 경우가 있다. 이에 대비해 항생제를 함께 처방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는 코로나19에 항생제를 같이 처방하지는 않는다.”
–확진되면 며칠 동안 자가격리하는 것이 좋은가.
“현재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증상이 없어진 뒤 만 24시간 뒤부터 사회적 활동을 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대개 확진된 지 약 5~6일이 지나면 증상이 대부분 사라진다. 일주일만 지나도 바이러스 전파력이 거의 없어지기 때문에 이 기준을 따르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족 중에 고령자와 임산부, 기저질환자가 있다면 5~6일이 지났어도 밀폐된 공간에서는 마스크를 잘 착용하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는 대유행을 겪으면서 대부분이 코로나19에 대한 면역력을 획득한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에 예전과 같은 강력한 방역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선풍기나 에어컨 앞에 서 있으면 전파 위험이 낮아질까.
“공기의 흐름상 다른 부분보다는 바람이 나오는 곳이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낮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밀폐된 공간 안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다 똑같아진다. 바이러스 입자가 멀리는 수m까지도 날아가기 때문이다. 또한 에어컨 바로 앞에 있으면 공기가 건조해져 다른 호흡기 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결국은 그 공간을 얼마나 자주 환기를 시키는지 더 따져야 한다. 손 씻기와 실내 환기를 자주 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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