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핑’이라고들 하지만 어른들도 빠져든다, 영화 ‘사랑의 하츄핑’ 인기
역대 한국 애니메이션 박스오피스 9위
커피·치킨 등 굿즈 내세운 협업도 활발
“할머니, ‘하츄핑’ 안 끝났으면 좋겠어.”
고사리 손으로 팝콘을 집어먹던 한 어린이 관객이 옆자리의 보호자에게 작게 속삭였다. 눈을 반짝이며 보던 애니메이션 영화 <사랑의 하츄핑>이 끝나가는 게 아쉬워 내뱉은 속마음이다.
지난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멀티플렉스에는 <사랑의 하츄핑>을 보러온 어린이와 함께 온 보호자들로 북적거렸다. 평일 오전인데도 상영관에는 마흔 명 넘는 관객이 들었다. 상영 시간은 86분으로 미취학아동의 집중 가능 시간을 한참 넘어서지만 어린이 관객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사랑스러운 하츄핑의 등장에 “예쁘다”며 감탄사를 터뜨리는가 하면, 어른 관객의 눈엔 그저 귀여운 악당 ‘트러핑’이 나오자 “으앙, 무서워!”하며 눈물을 터뜨리기도 했다. 일부 관객은 영화가 끝난 아쉬움을 극장 안에 설치된 ‘하츄핑 네 컷 사진’을 찍으며 달랬다.
지난 7일 개봉한 <사랑의 하츄핑>이 올 여름 극장가를 달구고 있다.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캐치! 티니핑>(이하 ‘티니핑’)의 극장판인 이 영화는 개봉 14일차인 지난 20일까지 관객 67만8000여명을 동원했다. 역대 한국 애니메이션 박스오피스 9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4~6세 아동의 절대적 지지를 기반으로 <티니핑>은 국내 유아 콘텐츠 시장의 신흥 강자로 자리잡았다.
<티니핑>은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 에스에이엠지(SAMG) 엔터테인먼트의 작품이다. 2020년 3월 KBS를 통해 처음 방영된 이래 현재까지 시즌 4(지난 3월 종영)가 나왔다. 주인공은 외계 행성 이모션 왕국의 공주 ‘로미’. 로미는 지구 곳곳에 흩어져 있는 마음의 요정 ‘티니핑’들을 찾아다닌다. 현재 극장가 돌풍의 주인공 <사랑의 하츄핑>의 하츄핑이 티니핑의 한 종류다. 티니핑 시리즈의 첫 극장판이자 프리퀄인 이 영화에서는 로미와 그의 짝꿍인 하츄핑의 첫만남을 그린다. 총 3부작으로 기획돼 나머지 2편이 순차 개봉될 예정이다.
<티니핑>은 4~6세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들에겐 ‘파산핑’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시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티니핑 캐릭터가 추가되는데, 지금까지 공개된 티니핑은 메인 티니핑인 ‘로열핑’과 일반 티니핑인 ‘일반핑’들을 포함해 100종이 넘는다. 자녀가 갖고 싶어하는 굿즈의 숫자도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이날 상영관 앞에서 만난 A씨(36)의 네 살 딸도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하츄핑 아이템을 착용하고 있었다. “머리가 꼬불꼬불 예뻐서 좋다”는 아이는 하츄핑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하츄핑 모양의 크로스백을 멨다. “집에서 TV를 보여주지 않는데도 어린이집에 친구나 언니들이 하츄핑 아이템을 가져오니 ‘사고 싶다’ 난리예요. 영화가 3편까지 나온다는데, 등골이 휜답니다.”
유아 관객이 주요 타깃이지만 “어른이 봐도 감동적”이라는 입소문이 돌면서 성인 관객의 발길도 이어진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후기와 함께 관람 인증샷이 잇따라 게재되는 중이다.
<티니핑> 시리즈의 인기에 힘입어 SAMG 엔터는 지난해 매출 951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39.1% 성장한 수치다. 제작사는 뮤지컬, 도심형 테마파크 등으로 IP를 확장한 데 이어 해외 진출도 활발히 모색 중이다. 극장판 <사랑의 하츄핑>은 일본과 중국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두 번째 시즌인 <반짝반짝 캐치! 티니핑>이 오는 10월 시즌 1에 이어 일본 현지 방영을 확정지었다.
브랜드 협업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요즘 유통가에서 티니핑은 ‘잡으면 대박’인 대어다. 메가커피, 이디야커피, 맘스터치, 뚜레쥬르, 베스킨라빈스 등 여러 브랜드가 티니핑 공식 콜라보 굿즈를 출시했고 품절 대란을 빚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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