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좌천’ ‘이종호’…‘마약수사 외압’에 채상병 사건 소환되는 이유

구민주 기자 2024. 8. 2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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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일파만파…뇌관은 “용산 심각” 발언
“분명히 들었다” vs “발언한 적 없다”…“거짓말 하는 사람이 범인”
‘채상병’과 유사…공수처, 해당 사건 채상병 사건 맡은 검사에 맡겨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8월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세관 연루 마약 밀반입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찬수 대통령실 행정관(전 영등포서장)이 신문에 답하는 백해룡 경정(전 영등포서 형사과장)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둘 중 한 분이 위증을 하고 있습니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겁니까!"

'마약 세관 수사 외압 의혹' 핵심 당사자들의 증언이 정반대로 엇갈렸다. 외압 의혹을 제기한 백해룡 경정(전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은 "용산에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 김찬수 대통령실 행정관(전 서울 영등포경찰서장)은 "사실무근"이라며 전면 부인하고 있다. 둘 다 진실일 순 없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마약 수사 외압 의혹 관련 청문회를 개최했다. 이번 청문회는 세관 직원들의 마약 조직 연루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경찰 고위 간부로부터 '수사 외압'이 있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열리게 됐다. 총 21명의 증인이 출석해 10시간 넘게 진행된 가운데, 백 경정과 김 행정관이 정반대 진술을 내놓으면서 사건은 진실공방으로 번졌다.

사건은 이렇다. 영등포서는 지난해 9월 말레이시아 마약조직의 필로폰 밀반입 범행에 인천공항 세관 직원들이 연루됐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에 나섰다. 이내 세관 관련 진술을 확보했고, 그해 9월13일 사건을 보고 받은 윤희근 당시 경찰청장은 이를 크게 칭찬하며 대내외에 수사 성과를 널리 알리라고도 했다.

그런데 9월20일, 당시 서장이던 김 행정관은 돌연 언론 브리핑 연기를 지시했다. 이틀 뒤로 예정됐던 브리핑은 또 다시 10월10일로 미뤄졌다. 당시 수사팀을 이끈 백 경정은 이 과정에 대통령실의 외압이 있었다고 봤다. 9월20일 김 행정관이 '용산에서 사건 내용을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하며 브리핑 연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백 경정은 청문회에서 김 행정관을 향해 "본인의 영달을 위해 동료를 배신하고 있다"고 격분하기도 했다. 김 행정관은 "피해의식이 있는 것 같다"고 맞섰다. 자신이 브리핑 연기를 지시한 건 맞지만 '용산' 언급은 물론, 외압은 없었다는 주장이다. 백 경정은 거듭 "용산을 언급한 건 분명하다"고 반박했고 김 행정관은 "사실무근"이라고 일관했다.

이날 조지호 경찰청장‧김봉식 서울경찰청장‧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국수본) 등 당시 지휘라인에 있던 이들 모두 증인으로 출석해 수사 외압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사건 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 신분으로서, 일면식도 없는 백 경정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자료에서 관세청을 빼라'는 외압을 가해 좌천된 조병노 경무관(현 전남경찰청 생활안전부장)도 용산 연루 의혹을 부인했다.

엇갈린 증언에 '어느 한 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야당은 백 경정의 증언에, 여당은 김 행정관의 증언에 힘을 실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김 행정관을 향해 '역대급 성과'의 마약 수사 브리핑을 왜 연기했는지 거듭 의문을 제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도대체 용산이 누굴 보호하려 한다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7월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국민동의 청원 관련 청문회가 열린 가운데,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한 의혹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연합뉴스

野 '이종호-도이치-김건희' 연결고리 주목…"채상병 사건과 유관"

양측의 말이 엇갈리면서 결국 이번 의혹의 실체 역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통해 밝혀질 전망이다. 공수처는 백 경정의 고발로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공수처는 해당 사건을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로 배당, 채상병 수사 외압 사건과 똑같은 주임검사(차정현 부장검사)에게 맡기면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두 사건이 사실관계 구조나 법리 부분에서 서로 비슷한 부분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사건엔 실제 유사한 지점이 존재한다. 수사 외압에 용산 대통령실 개입 의혹이 불거진 점(VIP 격노설-용산 심각), 그리고 수사 담당자가 곧 내부고발의 당사자(박정훈 대령-백해룡 경정)인 점이다. 백 경정은 관련 폭로 이후 공보규칙 위반을 사유로 지난달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으로 좌천성 발령된 상태다. 채상병 사건 조사 후 항명죄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박 대령과 오버랩 된다.

또 하나 주목되는 지점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자 '이종호'라는 이름이 이 사건에 등장한다는 부분이다. 이씨는 김건희 여사 계좌를 관리한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채상병 사건'에서 임성근 전 사단장의 구명 로비 창구였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런 이씨가 이번 사건에선 '보도자료에서 관세청을 빼라'고 백 경정에게 외압을 넣은 조병노 경무관과 연관돼 등장했다. 최근 공개된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 통화 녹취록에서 이씨가 "별 2개 달아줄 것 같다"며 승진을 언급한 대상이 바로 조 경무관이다.

또한 구명 로비 근거지로 지목되는 '멋쟁해병' 단체 채팅방에 이씨와 함께 조 경무관의 부속실장 최모 경위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야당에서 '이종호-도이치모터스-김건희 여사'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민주당은 지난 8일 국회에 제출한 '세 번째 채상병 특검법'에 이 같은 이유로 김 여사를 수사 대상에 명시한 상태다. 공수처 역시 세관 마약수사 사건과 채상병 사건에 대해 "관련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바탕으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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