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해외 실적 부진한데…여전히 해외 진출 ‘러시’
올해 인도에 영업점 7개 계획…부진에도 해외 사업 박차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상반기 국내에선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해외 사업에선 고전했다. 특히 '기회의 땅'으로 불리던 동남아 시장에서 부진이 실적에 타격을 줬다. 하지만 은행들은 아랑곳 않고 해외 진출을 확대하며 글로벌 사업에 한층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4대 은행 해외법인이 올해 상반기 벌어들인 순이익은 337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5356억원) 대비 38.1% 떨어졌다. 신한은행 해외법인의 순이익만 유일하게 13.9% 늘며 선방했다. 하나은행 해외법인의 순이익은 10% 줄었고, 우리은행 해외법인의 순이익은 38.2% 급감했다. 국민은행 해외법인의 경우 122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은행별로 여러 나라에 걸쳐 법인을 두고 있어 상황이 다르다. 하지만 동남아에서의 전반적인 부진이 일제히 실적에 타격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은행들이 일찌감치 글로벌 확장 전진 기지로 삼은 인도네시아 시장에서의 순익이 줄었다. 현지 시장 고금리가 지속되자 조달비용이 상승하면서 이자수익이 뒷걸음질쳤다. 지난해 1월 5.75%던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기준금리는 올해 4월 6.25%까지 올랐다. 여기에 경기 침체 등 대외 여건 악화에 대비해 충당금을 적립한 것도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우리은행의 인도네시아 법인 '우리소다라은행'의 경우 올해 상반기 30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0.5% 줄었다. 지난 1분기에도 순익이 25.3% 급감한 바 있다. 우리소다라은행은 우리은행 글로벌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동남아 3대 법인 중 하나다. 2030년까지 글로벌 사업 비중을 25%까지 확대하겠다는 우리은행의 성패가 갈린 만큼 부진을 떨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최근엔 우리금융이 2600억원대 유상증자까지 참여하며 지원에 나섰다.
국민은행 역시 인도네시아 법인의 실적 악화로 타격 받았다. 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KB뱅크는 151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엔 2612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적자폭을 70% 가량 축소했지만 반년 만에 다시 적자폭이 확대된 셈이다. KB뱅크는 현지 은행 인수전부터 쌓여 있던 적자와 대출채권 등 잠재 리스크 정상화에 자금을 투입하는 단계에 있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정상화 시기에 접어든다는 설명이지만 현지 시장의 이 같은 불안정성으로 장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외 동남아 신흥국의 상황도 비슷하다. 국민은행의 캄보디아 프라삭은행과 미얀마법인 등의 순익도 지난해보다 줄었다. 반면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의 경우 국제금융공사(IFC)로부터 유치한 1억 달러 투자에 힘입어 약진했다. 베트남 법인도 35% 증가한 순익을 거뒀다.
기회의 땅 시들해도 '성장성'에 배팅
이처럼 '기회의 땅'으로 여겨진 동남아 시장에서 고전함과 동시에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은행 시장은 4대 상업은행(만디리·BRI·BCA·BNI)이 과점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계·디지털은행도 경쟁 대상이다. 다만 은행들은 글로벌 사업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오히려 다음 기회의 땅으로 인도 시장을 점찍은 모습이다. 5대 은행이 올 들어 추가 개설 계획을 밝힌 인도 영업점만 7곳이다. 지난 5년 간 인도 지점 수에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서 진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은행들은 다른 동남아 신흥국에 진출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급성장하는 인도 시장에 막대한 자금이 몰리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인도 경제는 1991년 이후 평균 약 7%의 고도성장을 지속해오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순위도 영국을 제치고 5위에 올랐다. 높은 성장 잠재력과 투자 가치로 기업이 몰리고 중산층이 성장하면, 금융 수요도 폭증할 것이란 평가다. 삼성전자·현대차·SK 등 굵직한 국내 대기업들이 진출해 사업 규모를 늘리고 있는 점도 국내 기업금융 고객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로 꼽힌다.
다만 여전히 외국계 금융사가 인도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일찍이 경쟁 과열이 우려된다. 인도 은행권의 경우 대출 잔액 기준으로 SBI, HDFC, ICICI은행 등 인도 국영, 민영은행이 80%가량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높은 성장성을 보고 진출한 다른 동남아 신흥국도 금융 서비스의 접근성과 미흡한 인프라가 영업의 어려움으로 작용한 전례가 있다. 기대만큼의 수익성을 확보하기 시간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사업 기반을 넓히고 글로벌 금융 환경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리스크가 동반되도 해외 진출은 필수적"이라며 "단기적인 실적 측면에서의 접근보다는 장기적으로 수익을 다각화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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