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법 도입하면 中企 보호? 오히려 혁신 저해할 것"…美 반독점 전문가의 일침

윤정민 기자 2024. 8. 2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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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협, 온라인플랫폼 규제 동향 국제세미나 개최
다니엘 소콜 美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 "자국 중소 기업 경쟁력 저하 초래" 지적
트레버 와그너 CCIA 소장 "외국 경쟁사들만 이익 될 것"
[서울=뉴시스] 윤정민 기자 = 다니엘 소콜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가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FKI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온라인플랫폼 규제 동향 국제세미나 화상 연사로 참여했다. 2024.08.21. alpaca@newsis.com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정부, 국회가 최근 티몬·위메프(티메프) 정산금 지급 지연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차원으로 온라인플랫폼법 도입 추진에 나섰다. 플랫폼 기업 독과점 지위 남용 방지, 중소기업·소비자 보호 명목이다. 이에 대해 반독점법 관련 해외 전문가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사전 규제 도입 시 대형 플랫폼 기업이 과징금 대비 규제 비용 증가로 기술 개발과 인수합병(M&A)에 소극적인 태도를 갖추게 될 것이며 이러한 현상이 국내 중소기업의 혁신에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니엘 소콜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FKI컨퍼런스센터에서 연 온라인플랫폼 규제 동향 국제세미나 화상 연사로 참여해 "(플랫폼 사전 규제는) 중소기업의 사업 영위 비용 증가 유발, 벤처캐피탈(VC) 투자 위축, 기업 경영 생태계 교란 등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결국 자국 기업 경쟁력 저하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소콜 교수는 지난 5년간 반독점법 분야에서 논문 등에 가장 많이 인용된 교수 10명 중 1명으로 알려진 반독점법 전문가다.

소콜 교수는 한국이 "SME(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유럽연합(EU) 디지털시장법(DMA)과 같은 사전 규제를 그대로 모방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DMA는 구글, 애플 등 연 매출 75억 유로 이상인 등 거대 플랫폼 사업자를 대상으로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해 자사 상품·서비스 특혜 등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위반 시 연간 매출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매긴다.

한국 정부, 국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일부 플랫폼법안도 독과점 지위에 있는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에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이 법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법안이 도입될 경우 정부는 규제 대상 기업의 자사우대, 끼워팔기, 경쟁 플랫폼 이용 제한(멀티호밍) 등의 반칙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소콜 교수는 "플랫폼 기업이 중소기업 성장, 시장 확대, 혁신에 기여한다. 중소기업의 글로벌 진출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플랫폼 기업이 중소기업 가치 창출 동반자"라며 플랫폼 사전 규제가 자칫 기업 투자 등에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2021년 거대 플랫폼 기업을 규제한 '플랫폼 경제 반독점 가이드라인' 발표 후 메이퇀(중국 배달 서비스 플랫폼 기업), 알리바바 등이 수십억에서 수백억 위안에 달하는 과징금 처벌을 받았고 이후 플랫폼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기업 월평균 투자 건수가 3건에서 1~2건 등 하락 추세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소극적인 투자로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이다.

트레버 와그너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 연구센터 소장도 이날 화상 발표를 통해 DMA와 같은 사전 규제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주체가 중소기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많은 중소기업이 제품 등 서비스를 소비자에 공급하는 데 있어 DMA로 인해 게이트키퍼로 지정된 기업의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한다"며 "DMA가 게이트키퍼 지정 기업의 서비스를 규제할 경우 이들 서비스를 바탕으로 생산되는 제품 등 서비스 매력도를 저하시키고 중소기업이 최신 솔루션을 이용할 기회를 박탈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DMA가 국내 중소기업 희생으로 DMA 적용을 받지 않는 외국 경쟁업체에 이익이 될 가능성이 높은 구조를 갖췄다는 뜻이다.

와그너 소장은 "규제 준수 비용, 규제 요건 복잡성, 규제 미준수에 따른 막대한 벌금 리스크 등으로 인해 기술 기업이 AI 등 신규 서비스 출시를 유럽에 출시하는 것을 꺼리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전했다. 이어 유럽보다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경쟁력이 강한 한국이 이와 비슷한 사전 규제를 도입할 경우 "AI 서비스의 출시 지연으로 인한 생산성과 혁신의 둔화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뉴시스] 윤정민 기자 = 조나단 맥헤일 CCIA 부회장이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FKI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온라인플랫폼 규제 동향 국제세미나에서 토론자로 나서 발언하고 있다. 2024.08.21. alpaca@newsis.com


이날 행사 현장에 참석한 조나단 맥헤일 CCIA 부사장도 스콜 교수, 와그너 소장 발표를 인용해 "(DMA와 같은 사전 규제가) 지금까지 매우 성공적이었던, 경쟁력 있는 인터넷 경제를 개발하는 한국의 능력을 약화시킨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lpac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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