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가 우리탓?”...해리스 ‘식탁 물가잡기’ 공약에 반발하는 美 식품업계

민서연 기자 2024. 8. 2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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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물가는 식품업계 탓 VS 전세계적 비용 급증 어쩔 수 없어
높은 물가에 지친 시민들 위해 할인하고 자체상품 내놓는 식품업체들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에 대한 금지 조치를 천명하면서 식품업계가 이에 반발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의 경제 공약 중 하나인 ‘바가지 요금 금지(Ban Price Gouging)’ 공약이 마치 식품 산업이 미국 소비자를 속이고 가격을 마음대로 올리고 있다는 인식을 불러일으키면서다.

해리스 부통령은 식품 가격 인플레이션에 대해 기업의 이익추구 행태를 비판하면서 해당 정책을 주요 경제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식품업계의 임원들은 최근 몇 년 동안 노동비에서 코코아까지 이르기까지 비용이 급증했으며 신제품 개발에 자금 지원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리게 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연합뉴스

◇해리스 주요 정책 ‘식품 바가지 금지’ 두고 소비자-식품업계 갑론을박

19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앞서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16일 경합주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경제 공약을 발표하면서 식료품에 대한 바가지 가격을 연방 정부 차원에서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기업이 식료품 가격으로 폭리를 취하는 것을 규제하고, 이를 어기는 기업들을 수사해 처벌할 권한을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주 법무장관에 부여하겠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전 미국의 식품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식품업계는 해리스 부통령이 고물가의 책임을 기업에 떠넘기고 있다면서 즉각 반발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인건비부터 코코아 등 원재료까지 비용이 급등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으며 신제품 개발을 위해선 이윤을 남길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이와 더불어 식품 제조업체와 판매업체의 이윤이 다른 산업에 비해선 적으며, 경제에 대한 소비자의 분노가 터져나올 때면 식품업체들이 ‘동네북’이 돼왔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또한 해리스가 지적하는 인플레이션은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재편으로 공급망이 꼬이고 정부 자금투입으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의 공약에 대해 “공산주의적 가격 통제”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식품 소매업체와 공급업체를 대표하는 식품산업협회(FMI)의 앤디 하리그 부회장은 “우리는 왜 (예상 밖의) 비싼 가격에 충격을 받는지, 그리고 왜 화가 나는지 이해한다”며 “하지만 그렇다고 바로 부도덕한 것이 있다고 말하는 건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감자칩 브랜드 프링글스를 제공하는 식품업체 켈라노바의 스티브 카힐레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이윤을 보존하면서 가격을 가능한 한 낮게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기업은 수익 감소를 허용하면 생존할 수 없다”라고도 했다.

미국 뉴욕주의 한 월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로이터

◇“가격 제재, 현실적으로 불가능”...식품업계는 민심 되찾을 프로모션 중

WSJ는 여러 경제학자들을 인용해 실질적으로 ‘바가지 요금’이라고 규정할만한 식품업계의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가격 인상을 금지하는 정책은 사실상 가격 통제이기 때문이다. 제품에 가격 상한을 부과하면 판매 의욕이 꺾여 판매량이 줄고 그러면 품귀현상이 초래될 수 있다. 경제학 입문 교과서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가격 상한제의 실례인 임대료 통제정책은 다수의 경제학자들이 좋지 않은 사례로 언급된다.

가격 통제를 통한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도 보장되지 않는다. 예컨대 비상시에 기업이 보유한 물량에 대한 가격 급등을 막는 행위는 일반 시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추면 자신의 필요 이상으로 물품을 비축하는 ‘사재기’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렉 맨키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어느정도 가격 통제를 해야하는 분야에 대해 독점 부문으로 한정해야한다고 주장하지만, 식품 사업은 독점도 아니다. 맨키 교수는 “기업이 탐욕적인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가격을 원가에 가깝게 유지하도록 만드는 것은 통제가 아닌 경쟁”이라고 설명했다.

대선의 화두로 떠오르는 식탁 물가를 두고, 공화당은 2021년 코로나 팬데믹 사태 당시 공화당의 동의 없이 통과된 코로나 구호 자금이 지금의 인플레이션을 부추겼다고 주장하며 치솟은 식품 가격을 민주당 탓으로 돌리고 있다. 지난주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배(위장)으로 투표한다”고 말하며 식료품 가격이 몇 년 전에 비해 훨씬 높다고 비판했다.

소비자 권익 옹호자들은 해리스 부통령의 공약을 환영하며 식품 업계의 단합을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형 식품 회사들은 민심을 되찾기 위해 자체 캠페인을 시작하고 있다. 월마트 등의 대형 유통업체들은 저렴한 자체 브랜드(PB) 상품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크래프트 하인즈와 몬델레즈 등의 식품 제조업체들은 가격 인상 속도를 늦추고 할인폭을 높이고 있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CEO는 “식품업계는 가격인하를 위해 노력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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