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부동산 대책에 대출규제에도…서울 아파트값 나홀로 질주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집값 잡기는 어렵지 않다." (2021년 7월11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고의적이고 악의적이다." (2022년 2월17일)
모두 윤석열 대통령의 과거 발언이다. 전자는 윤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위해 캠프를 꾸린 뒤에 나온 발언이고, 후자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된 뒤 유세 현장에서 한 발언이다. 2019~2021년 사이 부동산 폭등은 전임 정부의 '악의' 탓이며, 정부 의지로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 한 대목이다.
그러나 최근 시장에서는 "문재인 정부 때가 연상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전임 정부 때 나온 전고점 가격을 뚫은 단지 사례가 속출하는 데다, 주마다 발표되는 부동산 매매가격 지표 상승 폭이 최대치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내놓은 공급 대책과 대출 규제의 효과를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서울 일부 지역서 전고점 뛰어넘어
21일까지 발표된 각종 부동산 관련 지표를 종합하면,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은 과열기에 다가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8월2째주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32%로, 2018년 9월2째주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가계 빚은 2분기 기준 1896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기대심리도 과거 자료를 뛰어넘었다. 1년 뒤 집값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이달 118로, 2021년 10월(125) 이후 3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전 지역을 볼 때, 문재인 정부 5년 때만큼 집값이 많이 오른 것은 아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하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임기(2017~2021년) 당시 5년간 누적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24.86%에 달했다. 윤석열 정부의 경우 2022년부터 현재까지 8.13% 하락했다. 지난해 고금리 국면이 겹치면서 집값이 빠르게 꺼졌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집값은 2023년 하반기 들어 상승 전환하더니, 최근 4개월 동안에만 누적 2.08% 올랐다. 집값 상승세가 최근 들어 가팔라진 것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경고음이 나온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폭등, 투기 재현이 있으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尹정부 집값 '인위적 부양'의 후폭풍
정부는 8‧8 대책을 통한 공급 확대,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금리 상향을 통한 수요 억제로 진화 시그널을 내비쳤다. 다만 시장에선 '잘못된 타이밍'을 지적한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집값 연착륙과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 안정화를 위해 대출 규제를 미루고 정책 대출을 확대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집값 하락세가 인위적으로 밀려나게 되면서 현재의 흐름을 불렀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특례보금자리론이 거론된다. 정부는 지난해 40조원 규모의 특례보금자리론을 풀었다. 소득 제한과 대출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상품이었다. 대출 규제도 한 차례 시행을 미뤘다. 대출 한도를 제한하기 위한 2단계 스트레스 DSR은 당초 7월 시행 예정이었으나, 시행을 일주일 앞두고 전격 연기된 바 있다. 해당 조치는 오는 9월부터 시행되며, 당국은 뒤늦게 수도권에 적용되는 가산금리를 0.75%포인트에서 1.2%포인트로 확대 적용해 핀셋 규제를 예고했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고금리 속에서도 저금리 정책대출을 퍼부어 집값을 인위적으로 부양했다"며 "집값 폭등 현실을 수수방관하고 있었던 것은 분명한 정부의 실패"라고 지적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정부가 타이밍 맞지 않는 대책으로 시장에 혼선을 줬다"며 "결국엔 기대심리가 시장을 움직이는데, 이를 진화하려면 신규 주택 공급 이외에도 기존 주택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다주택자 규제 완화 등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정부가 추진하던 다주택자 규제 완화책도 현재로선 '올 스톱' 된 상태다. 당초 윤석열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개편과 임대차 2법 폐지 등을 추진했지만, "추후 검토"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야권의 반대와 시장 혼란을 우려했기 때문이란 후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은 획기적인 방안이 시장에 별다른 효과를 끼치기 어렵고, 이미 발표된 공급 계획과 규제 완화를 꾸준하게 현실화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김일성 “인민 위해 아편 재배-핵실험 하라”...유령병·마약중독에 떠나간 北 주민들 - 시
- 열려 있던 순찰차에서 발견된 시신…‘고체온증 사망’ 40대女 미스터리 - 시사저널
- N번째 등장한 ‘반국가세력’…尹 ‘이념전’ 재시동에 보수는 결집할까 - 시사저널
- [단독] 경찰, 허웅 전 여자친구의 협박·명예훼손 혐의도 수사 - 시사저널
- “착오로 액셀 밟았다”…전기차 핵심 ‘원페달’, 급발진 변수 될까 - 시사저널
- 안철수 “의대 증원 잘못한 점 인정해야…‘조용한 붕괴’ 현실화” - 시사저널
- 로또 1등 ‘무더기 당첨’으로 확산된 조작설…사실은 이렇다? [Q&A] - 시사저널
- “노도강까지 번졌다”…부동산 급등세에 ‘진퇴양난’ 빠진 수요 억제책 - 시사저널
- ‘왜 바지가 커졌지?’…나도 모르게 살 빠지는 습관 3가지 - 시사저널
- ‘풋 샴푸’를 주방용 세제나 살충제로 쓴다고? -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