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사회적 경제 카르텔 깨고 신규 기업가 발굴"… 30대 센터장의 각오

한기호 2024. 8. 2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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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능인 서울특별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젊지만 사회적 기업 15년간 업력 쌓은 사회적 경제분야 베테랑
"사회적 경제라고 쓰고, 끼리끼리 경제로 읽게 되는 측면 강해"
정보 비대칭 해소 독려하고 사회적 기업간 양극화 해소 주력
"기업을 기업답게, 협동 넘어 상생"… 와해성 혁신도 도모
장능인 서울특별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
홍콩 이공대 학생들이 서울특별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서사경)를 방문했을 당시 장능인 서사경 센터장이 사업 설명을 하고 있는 모습.

서울특별시 사회적경제 지원센터(서사경)가 출범 10년여 만에 젊어졌다.

올해 초 서울시 협동조합 지원센터와 통폐합하는 조직 구조조정에 이어, '1989년생' 장능인(35·사진) 센터장이 4월 취임했다. 그는 젊지만 사회적 경제 분야에선 '베테랑'이다. 교육봉사 사회적 기업인 '미담장학회' 상임이사로서 15년간 업력을 쌓았다. 춘추전국시대 오자서의 어록인 '일모도원(日暮途遠·날은 저무는데 갈 길은 멀다, 할 일이 많지만 시간이 없다)'으로 서사경을 이끄는 각오를 드러냈다. 20대 시절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정치 경력자로 "제가 비상시기 때 역할을 열심히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장 센터장은 최근 서울시 구로구 개봉동 서사경 센터에서 디지털타임스 기자와 만났다. 취임 후 넉달간 소회로 "지금 심정은 일모도원"이라며 "사회적 경제 분야에 변화도 많이 필요하고 개혁해야 할 것도 정말 많은데, 아직 시간이 많이 주어지지 않아 갈 길이 멀다"고 토로했다. 그는 미담장학회와 서강대 간 산학 컨소시엄을 이뤄 센터 운영을 수탁하는 등 본격적으로 과업에 뛰어들고 있다. 장 센터장은 "운영 초반에 한달 정도 조직 점검 등을 하면서, '불비불명(不飛不鳴·3년간 날지 않고 울지 않았다, 춘추오패 초 장왕에서 유래한 고사성어)'식으로 그냥 좀 지켜봤다. 그러고 보니 문제의식을 많이 느꼈다"고 운을 뗐다.

표현은 조심스럽지만 문제제기는 단호했다. 장 센터장은 "그동안 '사회적 경제'라고 쓰고, '끼리끼리 경제'로 읽게 되는 측면이 강했다. 소위 '카르텔'이다. 새로 진입하는 기업가들은 아예 (공모)사업이 있어도 도전할 엄두조차 잘 못냈다. 그 이유를 물어보면 '어차피 (지원서를)써도 안 된다. 다 정해져 있는 것 아니냐'는 답변이 많았다"며 "지원해서 선정되는 곳들도 아주 매출이 높은 곳들이 또 지원을 받더라"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특별기획전에 선정된 큰 기업의 대표자들을 만났을 때 그는 "많이 누리던 혜택을 더 누리기보단, 가능하면 앞으로는 후배 기업가들을 키우는 데 도움을 달라"고 완곡하게 당부했다고 한다.

'정보비대칭 해소, 공정경쟁'을 독려하고 사회적기업 간 양극화를 줄이는 게 현재 센터의 구상 중 하나다. 그는 "우리는 지금 어떤 사업 공고가 있으면 (공모 대상인) 협동조합 4000곳, 인증 사회적기업 1000곳 등 데이터를 다 확보해놓고 문자를 쏴주고 있다. 일단 '이런 사업이 있다'고 정보를 공평하게 알려줘야 한다"며 "그동안은 홈페이지 어딘가에만 형식적으로 (공지) 하나 올렸는데, 사람들이 국가기관 홈페이지에 잘 않들어가잖나"라고 했다. '끼리끼리, 받고 또 받는' 실태를 해결하고자 "이제 저희가 공고할 때 사업 지원은 하나만 받을 수 있고, 신규 기업을 최대한 발굴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적 경제든 기업이든,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둬야하는데 명분만 내걸고 어떤 생계형 지원 카르텔로 잘못 변질된 측면이 없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사회적 경제 지원의 기본 개념에 복지수요가 일부 겹치는 것도 있다"고 '지원'의 불가피성을 들면서도, 기업 자생력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장애인 고용'을 통한 일자리 창출형 사회적 기업을 예로 들며 "세금과 복지로 사회가 부담만 하기보다, 비지니스 모델을 잘 설계해 장애인이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드는 것도 혁신이다. 단순반복 작업의 경우 지적 장애인이 일반인보다 잘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센터장은 "조사해보니, 발달장애인같은 경우 부모님들이 오히려 복지시설에 돈을 주며 '우리 아이 일을 시켜달라'고 한다더라. 하지만 장애인 참여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에선 최저임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일하며 복지혜택을 받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세금을 통한 복지를 지속하기보다, '비교우위'를 발굴해 자생력을 높여주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역설했다. 사회적 기업엔 일자리 창출형이 가장 많고 사회서비스 제공형, 지역 공헌형, 창의 혁신형 등이 있다. 협동조합은 '서울우유' 같은 대형 조합도 있지만, 인증제가 아닌 데다 소규모·비활성 조합이 많아 지원 대상으론 한층 깐깐하게 들여다 보고 있다.

보수 정부의 '민간주도 경제'와 접점을 묻자 그는 "이 센터의 캐치프레이즈를 '기업을 기업답게, 협동을 넘어 상생으로'라고 정했다"며 "사회적 기업은 이명박(MB) 정부 때 엄청 많이 성장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도 지원을 많이 했다. 단순히 이념만으로 따질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후 정권에서 '특정 이념편향적 관성'이 생겨나기도 했다며 "이제 기업의 본령으로 돌아와, 영국 정부에서도 많이 키웠듯 '복지를 시장에서 해결해보자'는 생각이다. '소셜 미션'이 괜찮은 곳을 발굴해 초반 고정비용 위주로 지원·투자해주고, BEP(손익분기점)을 달성해 알아서 생존하며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자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장 센터장은 "이는 대기업들도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CSR(기업의 사회적 의무) 경영을 시작한 것과 비슷하게 만나는 흐름"이라고도 했다. 그는 '사회적경제기본법' 추진에 관해선 "사회적 가치를 생산하는 방향으로 가면 좋다. SK에서 실험하고 있는 SPC(사회 성과 인센티브)가 있다. 탄소배출권 시장 거래를 경제학에서 음(-)의 외부성을 (비용으로) 내재화한다고 표현하듯, 사회적 가치를 거래하는 건 양(+)의 외부성을 내재화해 시장에서 풀어가는 논리"라며 "그런 개념이 탑재되면 괜찮지만 '공공기관 강매'로 가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되도록 자율구매로, SVI(사회적 가치 측정) 등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적경제가 추구할 가치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들었다. BOP(Bottom of Pyramid·피라미드 바닥) 수요층을 대상으로 한 제품·서비스 혁신이 일어나 시장 전체를 재편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예컨대 "예전 아날로그카메라 시대에 디지털카메라는 화질이 안 좋아 돈 없는 대학생들만 썼지만, 사진을 찍어 싸이월드와 블로그에 올려보는 등 많은 사람이 활용하게 됐고 기업에서도 관심받는 디카를 더 업그레이드시켰다. 그 다음 디카를 못 쓰는 중고등학생들이 핸드폰 카메라를 쓰기 시작하고, 이들이 시장의 메인 플레이어로 가고 기술개발이 되면서 지금 다 핸드폰 카메라로 찍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교육봉사를 통한 와해성 혁신, 양극화 해소를 도모해왔다. 그는 "대학교 1학년 때 과외를 많이 하면서, 학생들이 부모님 소득에 따라 접하는 교육 기회가 다르고 꿈까지 다른 것을 봤다"며 "유명학원 온라인 동영상 강의가 양극화를 풀었다지만 그건 사교육 분야다. 저희(미담장학회)는 오프라인 교육을 무료나 저렴하게 제공할 방법으로 교육봉사(그룹 과외)를 택했다. 대학생 명예교사를 학교(충남고 등)에 파견하니, 당시 교육계에서 제도 활용의 첫 모델로 회자됐다"고 떠올렸다. 제도권 안팎의 대학생 멘토링 붐을 선도할 때의 그는 카이스트 전기·전자기공학과 학생이자 ICC(IT Convergence Campus) 총학생회장이었다.

그는 "대학 시절 카이스트 총장님이 CSR만 아닌 USR(대학교의 사회적 책임)이란 게 있다고 했다"고 핵심 동기를 전했다. 그는 2009년 대학 선후배 5명으로 시작한 미담장학회를 연 800명 대학생이 참여, 4000여명 청소년에게 교육기부를 할 만큼 키워냈다.

초기 멤버 중에선 '아이엠스쿨' 등으로 이름난 창업가들도 배출됐다. 서사경을 이끌게 된 장 센터장은 '지원사업 성과'를 묻자 "15곳 정도 사회적 가치 우수기업을 선정해 컨설팅도 붙여줬다. '돈주고 끝' 이런 것 말고, 자생력과 상생이란 무형적 자산이 체화가 돼야한다는 데 지원의 방점을 찍고 있다"며 "연말쯤 성과 보고회를 할 것이다. 그때 자세히 한번 소개드리겠다"고 밝혔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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