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만에 6만부·18쇄···금융기업이 만든 책이 잘 나가는 이유는?
출판사가 아닌 금융기업이 출간한 책이 출간 3개월 만에 18쇄를 찍었다. 콘텐츠만 있으면 책을 낼 수 있는 출판 환경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21일 모바일 금융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이하 토스)에 따르면 토스가 지난 5월27일 출간한 <더 머니북(THE MONEY BOOK)>은 현재까지 18쇄, 6만부를 찍었다. 초판 1000~2000부를 소화하기 힘든 시장 상황에서 돋보이는 숫자다. 책은 지난 6월 교보문고 종합베스트셀러 4위에 올랐고 지난 7월에는 종합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8월 들어서도 첫째주와 둘째주 연속 종합베스트셀러 2위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윤기열 토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총괄 헤드는 “토스에 쌓여 있는 금융 관련 콘텐츠를 온라인만이 아니라 오프라인으로도 고객들에게 전달할 방법을 찾다가 책을 내기로 했다”면서 “기대 이상의 반응에 우리도 놀라고 고무됐다”고 말했다.
토스는 책 출간을 위해 지난해 출판업 등록을 하고 1년 가까이 출간을 준비했다. 토스 앱의 ‘오늘의 머니 팁’과 토스 공식 블로그 ‘토스피드’를 통해 제공해온 콘텐츠들을 저축, 소비, 투자, 대출, 부동산, 세금, 보험, 연금 등으로 나눠 기본적인 금융 상식을 담았다. 또 토스 사용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금융 관련 질문 100가지를 취합해 전문가 27명이 해당 질문에 답변하는 구성을 취했다. 여기에 경제 용어 354개의 뜻풀이를 수록해 금융 사전 역할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윤 헤드는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몇억, 몇십억을 벌었다는 재테크 도서가 많은데 정작 기본적인 금융 지식을 제공하는 책이 부족했던 것 같다”면서 “<더 머니북>은 사회 초년생을 위해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교보문고에 따르면 전체 구매자 중 70.3%가 20대(26.3%)와 30대(44.0%)다. 구매자 중 남성은 49.0%, 여성은 51.0%인 것으로 나타났다.
적극적인 마케팅도 주효했다. 출간 직후인 지난 6월13일부터 16일까지 젊은층의 핫플레이스인 성수동에서 팝업 이벤트를 진행했고, 이어 같은달 26부터 30일에는 서울국제도서전에 참가해 ‘더 머니북 스토어’ 부스를 운영했다. ‘더 머니북 스토어’는 관람객들이 자신이 원하는 내용으로 책을 직접 제작할 수 있도록 해 큰 인기를 모았다.
출판 환경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북칼럼니스트인 홍순철 BC에이전트 대표는 “과거에 금융권에서 책을 낼 경우에는 출판사에 의뢰를 하는 게 관행이었는데 토스는 출판사를 배제하고 직접 책을 냈다”면서 “굳이 출판사를 통하지 않아도 책을 낼 수 있는 환경이 됐다는 뜻으로, 기존 출판사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큰 변화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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