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 버린 보스턴··· 상식을 흔들었다, 그러나 타자들이 적응했다

심진용 기자 2024. 8. 2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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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태너 하우크. 게티이미지



보스턴 커터 크로포드. 게티이미지



투구의 시작과 끝은 빠른공이다. 변화구가 아무리 좋아도 위력 있는 빠른공이 중심을 잡아주지 않는다면 한계가 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메이저리그(MLB)발 ‘구속 혁명’ 역시 이런 인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가장 강력한 구종은 결국 빠른공이라는 이야기다.

이번 시즌 보스턴은 그런 고정관념을 뒤엎으려 했다. 야구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에 따르면 21일(한국시간) 현재까지 보스턴 투수 전체의 빠른공 구사비율은 35.8%에 그친다. 리그 평균 47.9%와 차이가 크다. 빠른공 비중이 가장 큰 애리조나(53%)와 비교하면 20%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난다. 보스턴을 제외하고 리그 전체에서 빠른공 구사비율 40%가 안 되는 팀은 한 팀도 없다. 보스턴 다음으로 빠른공을 적게 던진 미네소타도 42.4%에 이른다.

보스턴이 빠른공이 아닌 변화구를 택한 이유는 단순하고 명확하다. 기록상 빠른공이 더 많이 맞았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MLB에서 빠른공 피안타율은 0.261, 피장타율은 0.428이었다. 변화구 피안타율은 0.227, 피장타율은 0.364였다. 앤드류 베일리 보스턴 투수코치는 시즌 초 디애슬레틱 인터뷰에서 “정타를 덜 맞고, 헛스윙을 더 많이 유도하는 무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빠른공을 우리는 복싱에서 ‘잽’이라고 생각한다. 12라운드 동안 잽만 때려서는 이길 수 없다”고도 했다.

보스턴 1선발 태너 하우크의 지난 시즌 빠른공 구사비율은 39.5%였다. 원래도 빠른공을 자주 던지는 투수는 아니었지만, 올 시즌은 31.7%로 더 줄였다. 대신 슬라이더 비율을 지난해 38.5%에서 올 시즌 42.3%로 끌어올렸다. 또 다른 선발 투수 커터 크로포드의 지난해 빠른공과 슬라이더 비율은 각각 39.1%와 12.7%, 올 시즌은 35.3% 대 19.8%로 바뀌었다.

시즌 중반까지 보스턴의 새로운 투구 전략은 잘 먹혀들었다. 전반기를 마칠 때까지 팀 평균자책점 3.64로 리그 전체에서 5번째로 좋았다. 3·4월 두 달 동안은 2.62로 리그에서 유일하게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은 달라졌다. 후반기 29경기 동안 팀 평균자책점이 5.85로 리그 최악이다. 시즌 출발 때와 비교하면 낙폭이 드라마틱하다.

타자들이 보스턴 투수들의 변화구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변화구를 노리고 방망이를 돌리는 횟수도 늘었다. 리그 한 타격코치는 디애슬레틱에 “보스턴과 붙을 때면 타자들에게 슬라이더를 노리라고 지시한다”고 말했다.

에이스 하우크의 4월 슬라이더 월간 피안타율은 0.219에 불과했다. 그러나 7월 들어 이 수치는 0.394로 나빠졌고, 8월에는 0.733까지 올랐다. 사실상 던지면 맞는 수준이다.

디어슬레틱은 보스턴의 새로운 투구 전략에 대해 ‘슬라이더 같은 변화구가 본질적으로 빠른공보다 더 치기 어려운 구종인가’라는게 핵심적인 질문이 돼야 한다고 적었다. 빠른공 피안타율이 변화구 피안타율보다 높은 건 근본적으로 투수들이 빠른공을 많이 던지기 때문일 수 있다. 대다수 타자도 일단 빠른공에 타이밍을 두고 타석에 들어선다. 본질적으로 변화구가 빠른공보다 더 치기 어려운 공이 아니라면, 그리고 타자들이 빠른공이 아닌 변화구에 포커스를 맞추기 시작한다면 결국 보스턴의 전략은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시즌 초반과 최근 보스턴 마운드의 극적인 성적 변화가 이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제 관심을 끄는 건 보스턴의 ‘다음 수’다. 빠른공 대신 변화구를 택한 보스턴의 전략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한계에 부닥쳤다고 판단이 된다면 당연히 다른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디어슬레틱은 “타자들이 슬라이더를 노리고 들어온다면 이제 보스턴은 더 많은 빠른공을 던지려 할 수 있다. 예전의 전략이 다시 새로운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적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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