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땐 대출한도 더 축소”…금융당국, DSR 적용 대상 전세대출·정책모기지로 확대 검토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상향 검토
금융당국 “가계부채 높은 경각심”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개인대출 창구 모습 [김호영 기자]

눈덩이처럼 커진 가계부채에 놀란 금융당국이 대출한도를 더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부동산 가격 상승세에 따른 가계부채 급증세에 다음달부터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비수도권에 비해 더욱 축소하기로 한 데 이어, 가계부채 증가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 추가 조치 시행을 예고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21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2금융권 협회, 5대 시중은행이 참석한 가운데 가계부채 점검 회의를 열고 가계부채 증가 추이, 부동산 시장 상황 등을 봐가며 필요한 경우 추가 조치를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금리인하 기대에 따른 시중금리 하락세 지속과 부동산 가격 상승세 등이 가계부채 증가에 영향을 줬다고 보고, 시장 유동성이 가계부채로 과도하게 유입되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회의에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범위를 전세대출이나 정책모기지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 상향 등의 추가 조치가 논의됐다.

DSR 적용 범위가 전세대출이나 정책모기지로 확대되면 직접적으로 대출한도가 축소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 주담대 위험가중치를 상향할 경우 은행들이 자본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주담대를 줄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서민·취약계층 등 실수요자에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금융회사의 건전성 등에 대한 영향 등을 다각도로 분석해 추가 조치의 시행 시기와 강도를 검토하기로 했다.

먼저 은행권은 오는 9월부터 새로 취급하는 모든 가계대출에 대해 예외 없이 내부 관리 용도로 DSR을 산출한다. 현재 DSR이 적용되지 않는 보금자리론·디딤돌 등 정책모기지 대출과 중도금·이주비 대출, 전세대출, 총 대출액 1억원 이하 대출에 대한 DSR 정보가 상시 파악할 수 있다.

또한 내년부터는 은행별 가계대출 관리 경영계획 수립 시 DSR 관리계획도 제출하도록 하는 등 은행권의 DSR 관리실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높은 경각심을 갖고 가계부채를 관리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히며 은행권에 “대출금리를 중심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엄정한 상환능력 심사를 통해 대출실행 여부나 한도를 보다 꼼꼼히 살펴보는 방식으로 대응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일 내달부터 미래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해 대출금리에 가산금리를 부과, 대출한도를 줄이는 효과가 있는 2단계 스트레스 DSR을 시행하면서 은행권의 수도권 주담대에 가산금리를 더 높여 비수도권보다 대출한도를 축소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은행권 주담대에는 스트레스 가산 금리 0.38%포인트가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다음달부터는 2단계 조치가 시행되는 은행권 주담대·신용대출과 2금융권 주담대에는 0.75% 포이트, 은행권 수도권 주담대에는 1.2% 포인트의 가산금리가 적용된다.

이럴 경우 연소득 5000만원인 차주가 30년 만기 변동금리(대출이자 4.5% 가정)로 대출받을 경우 현재 한도는 3억2900만원이지만, 9월부터는 수도권 주담대 한도가 2억8700만원으로 4200만원가량 줄어든다. 비수도권의 경우는 3억2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어 한도가 2700만원가량 깎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