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자연환경에 법인 지정 추진…남방큰돌고래 생태법인 본격화

연내 제주특별법 개정안 발의 목표
후견·대리인 통해 소송 주체 가능
道 “인간·자연 공존하는 문명 전환”

6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유영하고 있다.(연합뉴스)

‘제주남방큰돌고래’를 대한민국 제1호 생태법인으로 지정하기 위한 법 개정이 본격화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생태법인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제주특별법 개정 협의를 진행해 연내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생태법인은 사람 외에 생태적 가치가 중요한 자연환경이나 동·식물에 법적 관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생태법인이 도입되면 기업처럼 생태적 가치가 중요한 자연에도 법인격을 부여할 수 있다. 법인격을 갖게 되면 동·식물도 후견인이나 대리인을 통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적 주체가 될 수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뉴질랜드의 ‘환가누이강’, 바다와 강이 만나는 연안에 형성된 호수인 스페인의 ‘석호’ 등이 생태법인 제도를 통해 법적 지위를 부여받았다.

제주도는 인간 중심에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문명으로 대전환하기 위한 혁신의 하나로 민선 8기 들어 생태법인 제도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학계와 법조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생태법인 제도화 워킹그룹’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인 제주특별법 개정 협의와 정책토론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연내 법안을 발의할 방침이다.

또 제주도는 다음 달 2일부터 제주도청 홈페이지를 통해 남방큰돌고래를 생태법인으로 지정하기 위한 서포터즈도 공개 모집할 예정이다. 선발된 서포터즈는 정책 제언과 정보 교환, 홍보 도우미 등의 역할을 맡게 된다. 이와 함께 제주도는 오는 24일 제주시 김녕해수욕장에서 ‘2024 남방큰돌고래와 함께하는 플로깅’ 행사를 개최해 제주남방큰돌고래 보호와 생태법인 도입의 필요성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고래 한 마리는 평생 평균 33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생태법인 제도 도입을 통해 고래를 보호하는 것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 극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제주남방큰돌고래를 우리나라의 첫 번째 생태법인으로 지정해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제주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주 고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