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 '이중 하나는 거짓말'…"'젊은 거장' 수식어 교복 같아"

이수지 기자 2024. 8. 2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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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두번째 장편소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애란 작가가 21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두번째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작가는 최근 13년 만에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을 출간했다. 2024.08.21.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우리 스스로를 속일 때 하는 기만적인 거짓말, 혹은 누군가를 배려하기 위한 거짓말, 혹은 일상적으로 아무렇지 않게 즐겁게 기꺼이 하는 거짓말을 다 포함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소설가 김애란이 13년 만에 쓴 두번째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로 돌아왔다. '빛과 거짓말 그리고 그림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한 것 외에는 모든 것이 베일에 가려져 있던 바로 그 작품이다.

21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애란은 "이번에 선보이는 새 책은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 혹은 거짓말에 대한 이야기"라며 "13년 만의 장편이지만 실제로 쓴 기간은 3년 반 정도 된다"고 밝혔다.

김 작가의 신작 '이중 하나는 거짓말'(문학동네)은 고등학교 2학년 아이 셋이 우연한 계기로 서로를 의식하기 시작한 후 가까워지며 잊을 수 없는 시기를 통과해가며 성장하는 이야기다. 소설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시간대는 두 달 남짓한 짧은 방학이지만, 우리는 세 아이의 시점을 오가면서 서서히 진실이 밝혀지는 독특한 구성을 통해 현재에 다다르게 된 인물들의 전사를 총체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책 제목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소설 속 담임선생이 만든 '자기소개' 게임을 가리킨다. 새 학기가 되어 학생들은 자신을 소개할 때 다섯 개 문장으로 스스로를 표현하되 그중 하나에는 반드시 거짓을 포함시켜 다른 학생들로 하여금 무엇이 진짜고 거짓인지 알아맞히는 것이다.

그렇게 한 거짓말에는 누군가를 속이려 재미삼아 함정처럼 파놓은 것도 있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어떤 일을 그 문장을 통해서나마 이루고 싶은 마음이 섞여 있는 것도 있다. 누군가는 명백한 거짓 같아 모두 웃어넘길 수 있길 바라며 혼자 오랜 시간 감당해야 했던 어떤 비밀을 내뱉기도 한다. 세 주인공은 각자 비밀을 알게 되면서 처음 서로를 의식하게 된다.

김 작가는 "이때 거짓말은 비밀을 보호해 주는 수단으로, 혹은 드러내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애란 작가가 21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두번째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작가는 최근 13년 만에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을 출간했다. 2024.08.21. pak7130@newsis.com


김 작가에게 거짓말은 오랫동안 궁금해 왔던 주제였다.

김 작가는 "그동안 단편소설 썼지만, 장편 작업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 또는 오랫동안 궁금했던 주제들을 다루고 싶었다"며 "이야기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이야기 속에 살고 있나, 때로는 압도적인 기존 서사에 반해서 자기만의 이야기를 어떻게 다시 쓰는가에 대해 궁금함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작품은 첫 작품처럼 '이야기'를 소재로 다뤘지만 그 속에 담긴 성장과 가족의 의미는 다르다.

김 작가는 "이 소설에서 성취 혹은 성공을 이루기보다 반대로 뭔가 하지 않으려는, 그만두려는 아이들이 등장한다"며 "아이들은 뭔가를 그만두는 과정에서 자기 이야기에만 몰두하다 마지막에는 타인 이야기에 관심을 두고 자기 고통만큼 다른 사람의 슬픔도 상처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더불어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김 작가는 성장을 "내가 다 커지는 거, 내가 잘하는 되는 거 그런 의미가 아닌 시점 바꾸기"라며 "다른 사람이 혹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내 안에 들어와 그 사람의 자리가 더 커지는 것"으로 정의했다.

가족에 대해서도 "첫 장편소설에서는 가족 이야기를 실제 가족 우리가 익히 아는 가족의 의미를 바탕으로 꾸몄다면 이번에는 반드시 피가 섞이지 않는 '유사 가족', 인간이 아니더라도 사람 못지않게 내게 친밀감을 주는 반려동물도 함께 등장시켰다"고 말했다.

지난 2002년 작품활동을 시작해 23년 차가 된 김 작가는 지금까지 소설집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비행운', '바깥은 여름',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 산문집 '잊기 좋은 이름'를 펴냈다.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신동엽창작상,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한무숙문학상,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최인호청년문화상 등 국내에서 여러 상을 받은 작가는 '달려라, 아비' 프랑스어판으로 프랑스 비평가와 기자들이 선정하는 리나페르쉬 상도 받으며 '젊은 거장'이란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애란 작가가 21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두번째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작가는 최근 13년 만에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을 출간했다. 2024.08.21. pak7130@newsis.com


김 작가는 '젊은 거장'이란 수식어를 '교복'에 비유했다.

김 작가는 "경력 때문에 젊은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쓰였지만 나한테 교복과 같은 말"이라며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1학년 교복을 맞출 때 3년 내내 입어야 해 일부러 크게 맞추듯 그 수식어도 내 몸에 꼭 맞는 수사가 아닌 '옷 크기에 맞게 몸을 맞춰 가라' '더 커져라' 격려처럼 나에게 선물처럼 준 표현"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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