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연성 쿠데타, KBS '기미가요'로 국민들이 심각성 인지"

전홍기혜 기자 2024. 8. 2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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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② 이훈기 의원 "윤석열의 인사 코드는 극우·뉴라이트, 민심 폭발 직전"

"공영방송을 극우 유튜브 방송으로 만들려는 연성 쿠데타가 진행 중이고, 그 시작점은 윤석열 대통령입니다."

이훈기 민주당 의원은 20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방송 정책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언론인 출신으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윤석열 정부의 '방송 장악'에 대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해 5월 한상혁 당시 방송통신위원장 면직 사태로 시작된 윤석열 대통령의 '방송 장악'의 최종 목표가 최근 이진숙 방통위원장을 임명해 MBC마저 장악하려는 것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이번 광복절에 KBS에서 일본 '기미가요'가 나오는 경악할 만한 사태가 줄줄이 발생하면서 그 심각성을 국민들이 절감했다며 "결국 윤석열 정부의 정치적 부담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뿐 아니라 고용노동부에는 반노동 인사인 김문수, 독립기념관장에는 뉴라이트 인사인 김형석, 국가인권위원장에 공안 검사 출신 안창호 등 줄줄이 "청개구리 인사"를 이어가고 있는 윤 대통령의 인사 코드는 극우, 뉴라이트로 모아진다. 이 의원은 "대통령 본인이 국민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집단을 대표한다고 인식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매주 금요일 오후 지역구(인천 남동구을) 주민들을 만나보면 "이제는 탄핵을 말하는 분들이 많아졌다"며 민심이 폭발 직전이라고 평가했다.

▲이훈기 의원은 20일 국회의원회관 의원실에서 프레시안 전홍기혜 이사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훈기 의원실 제공

윤석열의 방송 장악, 공영 방송을 극우 유튜브 방송으로?

프레시안 : 언론인 출신이자 과방위 소속으로 윤석열 정부의 방송 정책과 관련해 누구보다 크게 목소리를 내고 계십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이진숙 방통위원장을 임명하면서 노골적으로 방송 장악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훈기 : 처음에는 공영방송을 장악해서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려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면 단순히 정권의 나팔수를 넘어서 아예 공영방송을 극우 유튜브 방송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듭니다. 윤석열 정부의 언론장악 쿠데타죠. 지난해 5월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면직하면서 시작된 연성 쿠데타가 이제 거의 완성 단계에 가 있고, 그 시작점은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봅니다. 김효재, 이동관, 김홍일, 이진숙 이렇게 4명의 방통위원들을 단기간 '원 포인트 인사'를 하면서, 방송을 하나하나 장악해 나가고 있습니다. KBS를 장악하고, YTN을 민영화하고, 방심위를 검열 기관으로 만들고, 마지막으로 MBC 장악 하나가 남았습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군사작전을 하듯 방문진 이사 선임을 해버렸는데, 지금 가처분이 걸려 있기는 하지만 이사 선임이 되면 MBC 사장을 바꿀 수 있으니 거의 완성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죠.

프레시안 :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일 '방송 4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취임 후 19번째 거부권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이훈기 :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22대 국회 들어서도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제가 '금요일 동네 한바퀴'라고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 매주 금요일 지역구를 도는데, 최근에 윤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 급격히 악화된 것은 피부로 느낍니다. 총선 전에는 "탄핵" 이런 표현을 쓰는 분들이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대놓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너무 살기 힘들다고. 거부권을 행사할 수록 국민들의 분노 게이지가 높아지고 반감이 커지더라구요.

윤 대통령이 최근 민주당이 주도했던 민생법안인 '25만원 지원법'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국민들이 보기엔 좀 이해하기 힘들죠. 지금 소비 심리가 얼어붙어 있는데, 액수가 크지 않더라도 소비 진작 효과는 클 거라고 봤는데, 그거마저 단칼에 거부권을 행사했잖아요. 이런 민생 문제마저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 정권이 제대로 갈 수 있을까 싶습니다.

프레시안 : '방송장악 청문회'가 21일까지 3회에 걸쳐 진행됩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김태규 직무대행이 모두 3차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불법적 방송 장악을 여야 정치 대결 구도로 보이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까요?

이훈기 : 현재 방통위는 대통령이 추천한 극우 인사 2명이 자기들끼리 위원회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계속된 청문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불법적 방송장악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자꾸만 정치 대결로, 국회가 마치 싸우는 집단으로 보이게 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그러나 저는 결정적으로 광복절에 발생한 KBS 사태로 힘을 잃었다고 생각합니다. 방송 장악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던 국민들도 광복절에 KBS에서 '기미가요'가 나오고, 뉴스에 좌우가 뒤집힌 태극기가 등장하고, 검증도 제대로 안된 이승만 다큐가 방송되는 일이 발생하니까 '아, 이래서 공영방송이 장악 당하면 안 되는구나'를 확실하게 확인하게 됐다고 봅니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윤석열 정부의 부담이 될 것입니다.

'청개구리' 윤석열 인사의 공통점은 극우·뉴라이트

프레시안 : 진실화해위에 계셨던 지라 인권 문제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안창호 인권위원장 후보에 대해 부적격이란 평가가 나오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이훈기 : 진화위 조사 활동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신실 규명 신청 기간을 2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고, 또 위원장이 왜곡된 조사를 진행하거나 법률을 위반하면 탄핵소추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내용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안창호 인권위원장 후보자는 전직 공안 검사 출신으로 유엔 인권 기구의 권고 사안인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등 사실 인권과는 가장 거리가 먼 인사라고 생각합니다. 중대재해법 처벌이 위헌이라고 주장하기도 했고, 갭투자 방식으로 자녀에게 아파트를 편법 증여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을 인권위원장 후보로 내정하고 국회에서 청문회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인데요, 뉴라이트 인사인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과도 마찬가지라고 보여집니다. 독립기념관장 임명으로 광복절 경축식이 둘로 갈라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는 데도 임명을 철회하는 등 책임지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어요.

프레시안 : 윤석열 정부의 인사 중 논란이 없는 인사가 없는 듯한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보십니까?

이훈기 : 방송통신위원장에는 방송노조탄압 전문가인 이진숙, 고용노동부에는 반노동 인사인 김문수, 독립관장에는 뉴라이트 인사인 김형석, 국가인권위원장에 공안 검사 출신 안창호 등 윤석열 정권의 인사코드는 '청개구리'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극우', '뉴라이트'를 꼽을 수 있어요. 윤 대통령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아도 무조건 임명을 강행하는 국회와 국민 무시 행보를 이어가면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만 기용하겠다는 모습을 보입니다. 인재풀의 한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국가 지도자가 아니라 특정 집단의 대표자로 국정을 바라보는 모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민주당이 민생 외면? '윤석열 거부권'에 가로막혔다

프레시안 : 지난 주 이재명 대표가 새 당대표로 선출되면서 연임하게 됐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 총선에서 압승하는 등 성과를 냈지만 소위 '제왕적 리더십'에 대한 논란은 이번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도 제기됐습니다. 사법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강 대 강' 리더십이 부딪히면서 정작 민생 과제들은 뒤로 미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현재 민주당에게 주어진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훈기 : 민생이죠. 이재명 대표도 취임 후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했어요.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점은 민주당이 민생 과제를 뒤로 미뤘다는 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대표적으로 민생지원금과 노란봉투법을 본회의에서 처리했어요.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에 가로막혔죠.

일각에서 이 대표에 대해 제왕적 리더십이란 비판을 제기하는데 과거 총재 중심의 정당 역사와 비교해보면 지금을 제왕적 리더십이라 하는 건 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대표가 22대 초선의원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도 당에 대한 건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다양하게 내야 한다고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가 강한 것 같지만 합리적이고, 인생의 굴곡을 많이 겪어서 공감 능력도 있고, 열려있다고 봅니다.

프레시안 :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훈기 : 윤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검사' 한동훈이 아닌 정치인으로서 한동훈은 아직 검증되지 못했어요. 진지함도 떨어지고, 준비도 좀 안 돼 있고, 본인은 젊은 층에서 굉장히 어필한다고 생각하는데 젊은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한 대표를 그렇게 높이 사지는 않는 것 같아요. 겉으로는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있어 보일지 모르지만, 저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가 같이 간다고 봅니다. 실질적으로 용산의 뜻대로 가지 않는 게 없잖아요.

이와 별개로 25일 오후 이재명 대표와 한동훈 대표의 회담이 예정돼 있는데, 여기서 한 대표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번의 만남으로 정국 해법이나 이런 걸 찾을 순 없겠지만 계속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만이라도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윤석열의 아킬레스건, 김건희

프레시안 :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해서는 한 대표와 이견이 있는 걸로 알려졌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이훈기 : 김건희 여사의 역할이나 영향력 이런 문제에 대해선 국민들이 정말 납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도 이 문제가 반영된 것이고, 김건희 여사 문제가 윤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죠.

프레시안 :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관계도 중요한데, 조국혁신당은 교섭단체 요건을 10석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이훈기 : 국회 교섭단체 요건을 몇 석으로 할 것이냐, 이런 기계적인 검토가 아니라 국회 운영 전반에 관한 변화 등을 고려하여 심도 있게 검토하고 논의돼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조국혁신당이 민주당과 주요한 정책과 정치현안을 논의하는데 중요한 파트너이고, 실제로 국회 내에서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끝)

[전홍기혜 기자(onscar@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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