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과학기술계 새 바람에 대한 기대

주한규 과학기술출연기관장협의회장 2024. 8. 2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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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규(과학기술출연기관장협의회장)


지난해 R&D예산 삭감은 과학기술계에 큰 충격을 줬다. R&D예산 편성에서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분명히 있었으나 전체 정부예산이 전년 대비 증가한 상황에서 R&D예산이 상당히 감액된 것이 과학기술계를 경시한다는 인식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내년 R&D예산은 예년 최고 수준을 넘어 증액편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침체한 과학기술계의 분위기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이 분위기에 활력을 더하는 것이 지난 6월 말에 발표된 과학기술계 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R&D 생태계 역동성 및 지식 유동성 활성화 추진방안이다. 이 2가지의 긍정적인 변화와 함께 지난주 임명된 신임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새로운 리더십이 합쳐져 과학기술계에 새 바람이 일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어느덧 세계 6대 강국으로 인식될 만큼 단기간에 크게 발전했다. 과학기술의 탁월한 발전이 그 기저에 있었음은 분명하다. 과학기술 발전은 출연연이 선도했고 기업과 대학이 촉진했다. 이들 성과의 밑거름은 정부의 꾸준한 R&D예산 지원이었다.

출연연의 효시는 1959년에 설립된 원자력연구소다. 일찌감치 시작된 우리나라의 원자력 R&D는 최근 체코 원전 수주에서 드러났듯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는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력의 토대가 됐다. 19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시작으로 전자통신연구원, 항공우주연구원, 생명공학연구원 등 과학기술 각 분야에 설립된 출연연은 반도체, 무선통신, 국방, 우주항공 등 핵심산업 분야에서 대형 성과창출을 통해 첨단기술 기반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을 견인해왔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 투입된 예산에 비해 출연연의 성과가 두드러지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출연연이 기타 공공기관 범주에 속해 인력과 예산에 대한 관리 위주 정부의 통제를 받게 된 것, 출연연 연구원들의 위상이 격하돼 긍지와 사명감이 약화한 것, PBS제도로 인해 단기적이고 파편화한 연구가 일반화한 것, 출연연 간의 칸막이로 시너지를 높일 융합연구 대신 중복연구가 늘어난 것 등 다양한 요인이 있을 수 있다. 이런 문제점들의 개선방안이 정부와 출연연 간의 활발한 논의를 거쳐 지난 6월 공식화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신임 유상임 과기부 장관은 스콜라GPS(ScholarGPS)라는 학술연구자 사이트에 공학 전부문에서 0.6%, 전문분야인 초전도 분야에서 0.2%에 들 만큼 탁월한 연구실적을 쌓았지만 2022년 서울대 총장 선거에 출마할 정도로 사회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당시 교수들에게 보내온 출마의 변은 "법인화 후 10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표류하는 서울대의 모습에 저의 책임감, 봉사정신, 소통력, 추진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하여…"로 시작한다. 문제에 대한 인식, 이의 해결에 필요한 태도와 능력이 잘 드러난다.

장관에 내정된 초기 유 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지난해 R&D예산 편성과정에서 과학기술계와 소통부족의 아쉬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필자는 유 장관이 잘 들어주는 분임을 경험을 통해 안다. 2017년 7월 탈원전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교수 성명 동참을 권유했을 때 예상할 수 있는 불이익을 무릅쓰고 기꺼이 참여했다. 앞으로 유 장관이 과학기술계 각 분야, 각 세대의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여야 의원들과도 폭넓게 만나 경청하고 공감해 조화된 과학기술 정책을 수립하고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해 실행해나가길 바란다.

과거 우리나라 산업과 경제발전을 견인해온 과학기술은 AI, 탄소중립, 양자, 장수 시대로 예견되는 미래사회도 선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연구자들의 성취동기를 높여 진취성과 창의성이 최대로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요즈음 과학기술계에 이는 새 바람이 이러한 환경조성의 순풍이 되기를 기대한다.(주한규 과학기술출연기관장협의회장)

주한규 과학기술출연기관장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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