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대신 기업대출 집중한 4대 은행...부실채권 ‘급증’

김지혜 기자 2024. 8. 2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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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에 집중하며 경쟁적으로 늘린 기업대출 중 부실채권이 급증하고 있다. 자산건전성 악화로 이어지기 전에 은행들이 위험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반기보고서를 보면, 이들 은행의 올해 상반기 말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784조197억원)보다 7.8% 증가한 총 884조9771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562조8504억원에서 576조1292억원으로 2.4% 늘어났다. 기업대출의 증가 폭이 가계대출을 크게 웃돈 것이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경리단길에 시중은행 ATM이 모여 있다. / 성동훈 기자

기업대출의 증가는 부실채권의 급증으로 이어졌다. 4대 은행의 기업대출 중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이하여신은 올해 상반기 말 2조8075억원으로 지난해 말(2조4168억원)보다 16.2% 늘었다. 가계대출 중 고정이하여신은 같은 기간 9696억원에서 1조859억원으로 12.0% 증가 폭을 기록했다. 4대 은행의 기업대출 중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0.33%로, 이 역시 가계대출 고정이하여신 비율(0.19%)보다 높았다.

기업대출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2022년 말 0.26%, 지난해 말 0.31%, 올해 상반기 말 0.33%로 꾸준히 증가했다. 가계대출에서도 0.15%, 0.17%, 0.19% 등으로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점차 커졌지만 증가 폭이 기업대출만큼 크지는 않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같은 부실채권의 증가에 “가계대출을 관리하면서 상대적으로 격화된 기업대출 영업 경쟁으로, 각 은행에서 취급한 대출의 총량이 늘었기 때문”이라면서 “현재 건전성을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향후 부실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기업신용의 경우 최근 빠른 속도로 늘어난 만큼 금융기관들이 산업별 위험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면서 “기업규모별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수익성이 저하됐고, 이자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도 1년 전보다 하락했다”고 우려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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