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야구 결승서 애국가 듣기 싫다”…‘출전팀만 4000개’ 고시엔에 무슨일이
교토국제고, 창단 25년만 쾌거
‘동해 바다 건너~’ 한국어 교가
4강승리 후 日전역에 생중계
SNS서 “한국어 싫어” 혐한에
일본인들 “열정 폄훼 말라”
23일 도쿄 대표와 결승전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등학교가 고교 야구 꿈의 무대인 ‘여름 고시엔(甲子園)’ 결승에 진출했다. 경기 후 승리 팀의 교가를 부르는 전통에 따라 ‘동해 바다’로 시작해 ‘한국의 학원’으로 끝나는 교토국제고의 교가도 NHK를 통해 일본 전역에 생방송 됐다.
21일 교토국제고는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본선 준결승전에서 아오모리현 대표인 아오모리야마다고교에 3대 2로 역전 승리했다.
직전 3경기에서 모두 4대 0으로 완봉승하며 준결승까지 올랐던 교토국제고는 이날 경기에서는 1회 2점을 내주는 등 경기 중반까지 끌려가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6회 초 1사 만루에서 5번 하세가와 하야테가 적시타를 날려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고, 이어 핫토리 하야마가 투수 앞 땅볼로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여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이어진 네 번의 아오모리야마다의 공격을 침착히 막아낸 교토국제고는 꿈에 그리던 결승 진출의 역사를 만들어냈다.
백승환 교토국제고 교장은 “꿈에 그리던 결승까지 올라가게 돼서 정말 기쁘고 (학생들이) 대견스럽다”며 “일본에 계신 동포분들께 감동을 드릴 수 있어서 기쁘고 한국에서 우리 학교를 응원해 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작년에는 본선 진출에 실패했지만, 올해 다시 고시엔에 등장해 결승 티켓을 거머쥐며 일본 전역에 확실한 존재감을 남겼다.
NHK 해설자도 “창단 후 20년이 조금 넘은 학교가 고시엔 결승까지 진출한 것은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며 “결승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덕담하기도 했다.
교토국제학원이 운영하는 교토국제고는 올해 현재 중고교생을 모두 합해 총 160명인 소규모 한국계 학교다. 현재 재적 학생의 65%가 일본인이고 한국계는 30% 가량이다.
교토국제고의 전신은 재일교포들이 민족 교육을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1947년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다. 1958년 한국 정부의 인가를 받았고, 2003년에는 일본 정부의 정식 학교 인가를 받아 현재의 교토국제고로 이름을 바꿨다.
학생 모집을 위해 야구부를 창단해 1999년 일본 고교야구연맹에 가입했으며 고교생 138명 중 야구부 소속이 61명에 달한다. 이번에 선수로 출전한 야구부 학생 전원도 일본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반면 고등학생들의 순수한 땀과 열정을 ‘혐한’이라는 잣대로 평가하지 말라며 교토국제고를 응원하는 야구팬들의 목소리도 높다.
결승전은 오는 23일 오전 10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결승 상대는 도쿄 대표인 간토다이이치고교다. 두 학교 모두 결승서 승리하게 되면 첫 우승이다. 일본 야구팬 사이에서는 “현 수도인 도쿄와 옛 수도인 교토의 싸움”이라며 “이기는 쪽을 진정한 수도로 정하자”는 농담도 나오고 있다.
올해 일본 전역에서 3957개 학교가 출전했고 일본 지방행정구역인 47개 도도부현을 대표해 49개 학교(도쿄도 2곳, 홋카이도 2곳)만 본선에 진출한다.
한국계 민족학교의 고시엔 본선 진출은 교토국제고가 처음이지만, 일제강점기에도 1921년부터 1940년까지 스무 번에 걸쳐 조선 대표가 고시엔 본선에 출전하기도 했다. 당시 최고 성적은 휘문고보(현 휘문고)가 1923년 기록한 8강이었다. 당시 휘문고보는 선수 전원이 조선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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