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디지털시장법 韓 도입하면...유럽보다 혁신 저하 6배 우려"

김승한 기자 2024. 8. 2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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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기업협회 '온라인플랫폼 규제 동향 국제 세미나'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21일 서울 영등포구 FKI 컨퍼런스센터 에메랄드홀에서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와 공동으로 개최한 '온라인플랫폼 규제 동향 국제 세미나'에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승한 기자


한국에서 EU(유럽연합)의 DMA(디지털시장법)와 유사한 사전적 규제 도입이 검토되고 있지만, 이를 시행하면 한국의 생산성과 혁신은 유럽보다 최소 6배 저하될 수 있다는 전문가 진단이 제기됐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는 21일 서울 영등포구 FKI 컨퍼런스센터 에메랄드홀에서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와 공동으로 '온라인플랫폼 규제 동향 국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인기협은 EU DMA가 유럽 플랫폼 시장에 발생한 문제를 검토하고, 유사한 규제 도입이 논의되는 한국에 통찰을 제공하기 위해 이번 세미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올해 3월 시행된 DMA는 EU가 애플·구글·아마존 등 빅테크의 반경쟁 행위 규제를 위해 만든 법이다. DMA에선 일정 규모 이상 플랫폼 사업자를 '게이트키퍼'로 지정해 관리한다. 게이트키퍼 지정 기업은 자사 제품을 우대해서는 안 되며, 외부 검색 엔진·웹 브라우저·앱장터에 대해서도 차별해선 안 된다. 위반 시 연간 매출의 최대 20%의 과징금을 부과받는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레버 와그너 CCIA 연구센터 소장은 "DMA는 게이트키퍼를 대상으로 복잡한 선제적 규제를 적용, 규제 준수에 드는 비용 부담을 높이고 법 집행상의 불확실성을 높이며 민간·기업 사용자에 대한 각종 디지털 서비스의 이용 효율을 저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규제 준수 비용, 규제 요건의 복잡성, 규제 미준수에 따른 막대한 벌금 리스크 등으로 빅테크 기업이 유럽에 AI 등 신규 서비스 출시를 꺼리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이는 유럽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1년만 지연되더라도 유럽 전역은 수천억유로의 경제적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와그너 소장은 DMA 기반 정책이 한국에 도입되면 그 피해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ICT(정보통신기술) 상품은 한국 전체 상품 수출의 약 29%를 차지하는데, 이에 비해 EU는 전체 상품 수출의 약 5% 정도"라며 "DMA에 기반한 정책을 (한국에) 시행할 경우 한국 수출은 AI 서비스 출시 지연 등으로 생산성과 혁신은 유럽보다 최소 6배 둔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게이트키퍼 규제로 인한 피해가 중소기업에 집중된다는 우려도 내비쳤다. 와그너 소장은 "많은 중소기업은 제품 등을 소비자에 공급하는 데 있어, DMA 게이트키퍼로 지정된 기업의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한다"며 "DMA는 게이트키퍼 지정 기업의 서비스를 규제, 이들 서비스를 바탕으로 생산되는 제품 등 서비스의 매력도를 저하함은 물론, 중소기업이 최신 솔루션을 이용할 기회를 박탈한다"고 했다.

미국 테크 기업의 규제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 등 중국 기업의 수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또 다른 발제자인 카티 수오미넨 CSIS(국제전략연구원) 객원연구원은 "EU DMA는 중국 기업이 시장 독점적 플랫폼 간 연동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격"이라며 "예컨대 구글은 픽셀폰에 구글 서치를 기본 탑재할 수 없는 반면, 화웨이는 자사 검색 엔진인 '페탈'을 기본 공급하게 되는데, EU 자국 기업은 저질의 서비스를 높은 비용에 이용할 수밖에 없어 중국 테크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지배적 사업자 사전지정 등을 골자로 하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 플랫폼법은 DMA 형식을 채택해 시장 내 독과점 지위를 가진 플랫폼의 '지배적 사업자 사전 지정'을 핵심으로 하는 규제 법안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요 국내외 기업들을 규제 대상으로 삼아 지나친 사전규제로 산업 경쟁력 저해와 통상 마찰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있다.

김승한 기자 win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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