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에 장편 내놓은 김애란 "성장을 다르게 바라보고 싶었다"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성장이란 내가 더 커지고 자라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어쩌면 시점 바꾸기가 아닐까 싶어요. 다른 사람의 자리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내 안으로 들어와 그 사람들의 자리가 커지는 거죠."
김애란 작가는 21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장편 '이중 하나는 거짓말' 출간 간담회에서 "소설을 쓰며 성장의 의미를 다르게 바라보고 싶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동시대 한국 문단에서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애란이 첫 장편 '두근두근 내 인생'(2011)을 발표한 지 13년 만에 야심 차게 내놓은 그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지난 13일 인터넷서점 예약 판매가 시작된 이래 다음 날 곧바로 알라딘 일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예약 판매 2일 차부터는 주간 베스트셀러 1위에 안착하는 등 큰 관심을 끌고 있다. 23년의 짧지 않은 작가 경력에 비춰 발표한 장편이 단 한 편밖에 안 되던 그였기에 신작에 대한 독자들의 기대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소설은 고등학교 2학년 세 친구인 지우, 소리, 채운이 우연한 몇몇 계기로 처음으로 서로를 의식한 뒤 천천히 가까워지면서 잊을 수 없는 방학을 통과해나가는 이야기다.
작품에서 주로 다뤄지는 시간대는 두 달가량의 짧은 방학이지만, 독자들은 세 아이의 시점을 오가면서 서서히 진실이 밝혀지는 독특한 구성을 통해 현재에 이르게 된 인물들의 전사(前史)를 총체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서로의 비밀을 엿본 이후 호감을 드러내기도, 서로를 의심하기도 하면서 세 친구는 우정과 비밀, 거짓말, 죄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작품은 성장소설의 외연과 구성을 취했지만 작가가 밝혔듯이 일반적인 의미의 '성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성취나 성공을 이루는 게 아니라 반대로 무언가를 하지 않으려는 친구들, 그만둔 아이들이 나옵니다. 재능이 구원이 되는 이야기는 되지 않았으면 싶었어요. 무언가를 그만두는 과정에서 자기 이야기에 몰두하다 종래에는 타인의 이야기에 관심 갖게 되고 내 고통만큼 다른 이의 슬픔도 상처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더불어 그리고 싶었습니다."
작가는 성장이나 가족에 대한 생각이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며 달라졌다고 했다.
첫 장편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나타난 가족이나 성장에 대한 관점을 13년의 세월이 흐른 뒤 나온 두 번째 장편과 비교해보는 것도 김애란의 오랜 팬이라면 흥미로운 독서 포인트가 될 만하다.
"(첫 장편 발표) 당시에는 젊은 나이에 써서 그랬는지 부모를 적극적으로 이해해 주려 하는 청소년이 등장합니다. 몸이 아프기에 더 부모님에게 죄송한 맘이 커서 그랬을 거예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 인물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어요. 자기 삶과 죽음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벅찼을 텐데. 그런데 제가 기성세대가 되다 보니 청소년을 그릴 때는 좀 더 이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는 어른들을, 아주 적극적 구원은 아니더라도 희미한 온기나 약간의 디딤돌이라도 되어주는 어른들을 세워주고 싶었어요."
인물들의 상처와 상흔이 작품들에 꾸준히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는 "상처가 특별히 운이 나빠 생기는 것이라기보다는 삶의 기본조건이자 기본값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렇게 '삶의 기본값'에 관해 쓴 작품들에서도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과 관점은 시간이 흐르며 계속 변모해왔다.
"초기엔 농담과 유머, 환상으로 풀어내려 했다면 어느 순간 농담이 불가능한 고통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좀 더 현실과 가까운 얘기를 썼다가, 또 어떤 시기에는 '이런 것들이 필요하지' 해서 제가 사랑하는 소설의 도구들을 다시 들여오는 시기도 있었어요."
문학동네는 이번 작품을 홍보하며 '젊은 거장 김애란'이라는 칭호를 붙였다.
작가는 이에 대해 "교복 같은 말"이라고 했다.
"교복 맞출 때 일부러 크게 맞추잖아요? 3년 내내 입어야 하니까요. 제 몸에 꼭 맞는 수사가 아니라 더 커지라고, 더 몸을 맞춰가라고 격려처럼 해주신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생산성 낮은 작가임에도 반겨주고 기다려주신 독자들께도 그저 감사할 따름이에요."
문학동네. 240쪽.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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