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도 공원으로 장기두러 오는 노인들...“더워도 갈 곳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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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공원의 '장기원'은 저소득층 노인들의 몇 안 되는 '쉼터'이자 '커뮤니티'다.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에는 약 60명의 노인들이, 종로구 탑골공원에는 40여 명의 노인들이 모여 장기를 두지만 이들은 폭염에 그대로 노출된 채 장기를 두고 있었다.
21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보라매공원 한 켠에는 5m 남짓 되는 정자 지붕 아래 노인 50여 명이 모여 매일 장기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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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공원의 ‘장기원’은 저소득층 노인들의 몇 안 되는 ‘쉼터’이자 ‘커뮤니티’다.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에는 약 60명의 노인들이, 종로구 탑골공원에는 40여 명의 노인들이 모여 장기를 두지만 이들은 폭염에 그대로 노출된 채 장기를 두고 있었다.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시설을 지원하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다.
21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보라매공원 한 켠에는 5m 남짓 되는 정자 지붕 아래 노인 50여 명이 모여 매일 장기를 둔다. 이곳엔 이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마련한 선풍기 7개가 돌아가고 있지만, 찜통더위를 날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정자 천장에는 총 12개의 선풍기가 달려 있지만 전력 부족으로 5대는 돌아가지 않는 상태다. 이곳으로 수 년째 장기를 두러 온다는 유모(70) 씨는 "다리가 불편해서 할 수 있는 게 장기 뿐이고, 사람들과도 친해져 소중한 곳이 됐다"면서도 "더워서 두 시간만 나와 있어도 지치지만,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박모(75) 씨 역시 "선풍기로는 더위를 전혀 식힐 수 없다"며 "거동이 불편한 우리에게는 이곳이 유일한 장소인데 최소한도 지원해주지 않으니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장기원 노인들은 2년 전부터 서울시에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규정이 없어 시설 설치가 어렵다는 입장에서다. 바둑과 장기는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종목에 해당되지 않아 지자체의 시설 설치 지원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해당법 시행령에는 노인들이 접하기 어려운 풋살장, 인공암벽장 등 격렬한 신체적 움직임을 동반한 종목 위주로 구성돼있다. 시 관계자는 "관련법 상 공원 내 장기원 전용 건물을 설치할 근거가 없다"며 "전력 지원 등 최대한 편의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시설 설치가 어렵다면 복지관을 통해 장소 지원을 받는 등 커뮤니티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지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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