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지원받은 파나마, 불법 이민자 첫 송환···북미 이주 ‘원천차단’

윤기은 기자 2024. 8. 2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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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파나마 마르코스헬라베르트 공항에 콜롬비아 불법 이민자들이 수갑을 찬 채 송환 비행기에 올라타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대선에서 불법 이민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금전적 지원을 받은 파나마 정부가 자국 국경을 넘어온 불법 이민자를 처음으로 송환했다.

20일(현지시간) 파나마 일간 라프렌사에 따르면 파나마 이민청은 이날 다리엔 갭 밀림을 통해 불법 입국한 콜롬비아인 29명을 알브룩 마르코스헬라베르트 공항에서 비행기에 태워 출신국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파나마 정부는 추방된 이들은 현지 수사기관에서 수배 중인 청부살인범을 포함해 모두 범죄와 연루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로헤르 모히카 파나마 이민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송환조치는 미 당국과의 협약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토안보부 관리인 말렌 피녜이로는 같은 자리에서 “우리가 보내는 메시지는 매우 분명하다”라며 “다리엔 갭은 더 이상 (이주) 경로가 아니며, 이민자들은 미국에 입국하려면 합법적인 방법만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이민자를 추방하는 데 드는 비용 600만달러(약 80억원)를 파나마에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간 협약은 지난달 취임한 중도우파 성향의 대통령 호세 라울 무리노 파나마 대통령의 ‘불법 이민자 단속 강화’ 기조와 미국 정부의 방침이 맞아떨어진 상황에서 성사됐다.

파나마는 특히 남미 콜롬비아에서 중미 파나마를 잇는 열대우림 ‘다리엔 갭’에서의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남미에서 온 이민자들은 육로를 통해 미국·멕시코로 향하려면 다리엔 갭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곳에는 생사를 위협하는 자연환경 탓에 그간 사람의 접근이 거의 없었으나, 최근 수년간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통행하려는 이들이 늘어났다. 파나마 정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다리엔 갭을 통과한 이주민은 52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이자 전년 대비 두 배에 달한다.

지난 6월28일(현지시간) 이민자들이 마나마 다리엔 정글을 지나 라하스 블랑카스 이주민 돌봄 센터로 향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파나마 정부가 불법 이민자들을 송환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 논란도 일고 있다. 무리노 대통령은 송환이 “자발적인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송환된 29명 불법 이주자 전원은 손이 수갑에 결박된 채 비행기에 올랐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번 송환을 시작으로 불법 이민자를 실어 보내는 항공편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모히카 청장은 “콜롬비아 외에도 에콰도르와 인도에서 온 이민자를 추방하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인도, 중국 등 아시아권 이민자들 역시 남미 국가와 파나마를 거쳐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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