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시, 동서울변전소 증설 건축허가 불허..소송전 번지나
변전소 인근 감일지구 주민 반대여론 거세지자 불허 통보
과거 북당진변환소 둘러싼 한전·당진 소송전 사례
3심까지 전부 당진 패소..수도권 전력공급 차질 불가피
[하남=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하남시가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추진 중인 동서울 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 사업 관련 건축·행위허가 신청을 전부 불허했다. 변전소 인근 감일지구 주민들의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이를 의식한 탓으로 분석된다. 이번 하남시의 건축허가 불허 조치는 추후 시와 한전간 소송전으로 번질 전망이다.
불허 사유 ‘주민의견수렴 미비’
21일 경기 하남시는 한전이 신청한 345kV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건축허가·옥내화 토건공사 행위허가·옥내화 관련 전력구 정비공사 행위허가와 500kV 동서울 변환소 본관부지 철거공사허가 등 4건의 허가신청을 불허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동해안~수도권 HVDC 건설사업 일환인 이 사업은 한전이 6996억원을 들여 하남시 감일동 산2번지 일대 연면적 6만4570㎡ 규모 변전소를 2026년까지 옥내화하고, HVDC(초고압직류송전) 변환설비를 증설하는 내용이다.
앞서 감일지구 주민들은 동서울 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사업 진행 시 전자파 발생량 증가 등 인체 유해성을 이유로 한전이 추진하려던 사업설명회를 무산시켰다. 또 지난달 21일 감일동 단샘초 앞에서 대규모 집회에 이어 지난 19일에도 하남시청 앞 집회와 1만2000명의 반대서명을 전달하는 등 집단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반대 여론이 거세지면서 이현재 하남시장을 둘러싼 한전과 유착설 등 음해성 의혹들도 숱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 하남시의 건축허가 불허 결정은 이 같은 여론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실제 하남시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동서울 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사업은 감일신도시와 연접한 동서울변전소에 기존 교류 345kV 옥외시설을 옥내화하고, 초고압직류(HVDC) 전압 500kV 관련 시설을 추가 증설하는 사업으로 완료될 경우 전력설비 용량이 2GW에서 7GW로 3.5배 증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기존 논리를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하남시와 한전 주장 전면 배치, 전력공급 차질 불가피
반면 한전의 입장은 하남시가 불허 근거로 제시한 내용들과는 상충된다. 먼저 하남시가 내세운 건축허가 불허 사유 중 ‘주민의견 수렴 절차 없이 증설 입지 확정하는 등 주민 수용성도 결여돼 있다’의 경우 기존 전기공급시설부지 내에서 이뤄지는 사업으로 입지선정위원회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한전 측의 입장이다.
입지선정위원회는 전원개발촉진법에 따른 실시계획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절차인데, 기존 변전소 부지(전기공급시설부지)에 증설 하는 경우는 실시계획 승인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한전은 또 지난해 감일동 유관단체협의회와 주민자치회, 새마을협의회, 통장단협의회, 인근 아파트 입주자 대표 등을 대상으로 4차례에 걸쳐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HVDC 전압 500kV 증설 시 전력설비 용량이 2GW에서 7GW로 3.5배 증가한다’는 하남시의 설명도 한전의 전력 공급 및 수요 예측과 배치된다.
현재 동서울 변전소는 서해안 일대에서 345kV 송전선로 4회선을 통해 2.5GW의 전력을 공급받고 있다. 하지만 서해안에서 생산한 전력이 오는 길목에 위치한 평택 고덕과 용인 등의 전력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오는 2027년 동서울 변전소에 공급되는 전력량은 1.9GW 줄어든 0.6GW가 된다.
여기에 이번 HVDC 500kV 증설로 동해안 일대에서 생산한 전력 3.9GW를 동서울 변전소로 끌어오게 되면 2027년에는 하남시의 주장처럼 7GW가 아닌 4.5GW가 공급된다.
결국 하남시의 이번 조치는 한전과 소송전으로 비화할 전망이다. 앞서 한전은 지난 2014년 북당진변환소 건설 과정에서 주민 반대여론을 의식한 당진시가 관련 건축허가 신청을 불허하자, 행정심판을 거쳐 행정소송과 민사를 제기한 바 있다. 이후 2015년 11월 1심에 이어 2심과 2017년 2월 대법원에서까지 한전이 승소하면서 당진시가 건축허가를 내줬고, 소송전은 일단락됐다.
소송 결과와 상관 없이 이번 하남시의 불허 조치로 수도권 전력 공급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당초 한전은 내년 초까지 추가 건축·행위허가 등 행정절차를 마치고 2026년 6월께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었으나, 소송으로 번질 경우 대법원 판결까지 사업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한전 관계자는 “오늘(21일) 아침에 하남시로부터 갑자기 통보를 받게 돼서 향후 어떻게 대응할지 본사 차원에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황영민 (hym86@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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