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디지털시장법에 기업 생산성 약화…韓 적용시 막대한 피해"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유럽연합(EU)이 디지털시장법(DMA)을 시행하면서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정보기술(IT) 경쟁력이 약화했으며 DMA와 비슷한 정책이 한국에 도입되면 피해가 클 것이라는 미국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트레버 와그너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 연구센터 소장은 21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CCIA가 공동 주최한 온라인플랫폼 규제 동향에 관한 국제세미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EU가 3월 시행한 DMA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고자 일정한 규모의 플랫폼 사업자를 '게이트 키퍼'로 지정해 규제하는 법이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를 비롯해 아마존,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이 게이트 키퍼로 지정됐으며 이들 기업은 플랫폼에서 자사 서비스의 우선 노출 금지 등 규제를 받고 있다.
와그너 소장은 온라인을 통한 발제에서 DMA 시행의 영향에 대해 "규제 준수 비용, 규제 요건의 복잡성, 규제 미준수에 따른 막대한 벌금 리스크 등으로 기술 기업이 AI 등 신규 서비스 출시를 유럽에서 출시하는 것을 꺼리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이어 "DMA 규제로 인한 AI 기술 개발 장벽은 유럽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는 요인"이라며 "최신 AI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저해는 EU 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나아가 EU 전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저하를 초래한다"고 덧붙였다.
와그너 소장은 DMA와 비슷한 선제적 규제가 한국에서 시행하면 경제적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DMA에 기반한 정책을 시행할 경우 한국 수출은 AI 서비스의 출시 지연으로 인한 생산성과 혁신 둔화에 (EU보다) 약 6배 더 심각하게 노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통계를 인용, 한국 전체 상품 수출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상품이 약 29%를 차지하지만 EU는 전체 상품 수출에서 ICT 상품 비중이 약 5%라고 지적했다.
카티 수오미넨 미국 전략국제연구소(CSIS) 객원연구원은 "EU의 미국 테크기업 규제로 수혜를 보는 대부분의 기업은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 등 중국 테크기업"이라며 "EU의 중국 테크기업에 대한 의존도 상승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 "DMA로 유럽 내 기업들의 디지털 서비스 비용이 늘어난다"며 "일부 기업들은 좀 더 저렴하고 열악한 기술 서비스를 사용할 수밖에 없고 비용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DMA와 같은 규제가 도입될 경우 한국 기업들도 비슷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니엘 소콜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교수도 "선제적 규제는 중소기업의 사업 비용 증가를 유발하고 투자 위축, 기업 경영 생태계 교란 등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한국에서 과도한 규제는 글로벌 테크기업뿐 아니라 한국 스타트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개회사에서 "EU의 DMA로 글로벌 디지털 생태계는 큰 변화를 겪고 있다"며 "많은 학자와 산업계 관계자들은 각국 경제 상황과 문화적 배경을 고려해 신중한 규제 접근의 필요성을 얘기하지만 22대 국회에서도 EU의 DMA와 유사한 사전적 규제 입법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세미나에서는 백용욱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실장, 이승주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등이 참석한 토론도 진행됐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지배적 사업자 사전지정 등을 골자로 하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며 최근 국회에서는 거대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는 법안이 여러 건 발의됐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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