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론’ 주의하세요”…중고차 매개 불법 대부행위 단속

김보미 기자 2024. 8. 2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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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중고차 매매시장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대부중개업자 A씨는 중고차를 사면 자산이 늘어 저금리 대환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속여 B씨에게 고금리 대출로 중고차를 구입하도록 했다. 차량 가격은 시세의 10배였다. 이후 차주가 지킬 수 없는 조건과 핑계를 대며 대환대출을 거부했다. B씨는 차값과 대출 이자를 고스란히 떠안는 피해를 입었다.

중고차를 매개로 신용등급이 낮은 취약계층을 노린 이 같은 불법대부 행위에 대해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이 대대적 단속·수사에 나선다고 21일 밝혔다.

일명 ‘자산론’이고 불리는 불법대부 상품은 중고차를 시가보다 비싸게 판매하거나 자동차 저당 대출을 실행한 뒤 차량 보관료 등으로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하는 수법이다. 일부러 연락받지 않다가 나중에 원리금이 연체됐다며 차량을 편취하기도 한다.

특히 가해자들은 저금리 대환대출을 미끼로 신용등급이 낮아 일반 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이들의 명단을 구해 무작위 전화로 피해자들을 노린다.

중고차 대출시장 구조. 서울시 제공

대출 희망자가 자산을 보유한 경우 신용도를 높일 수 있다며 제2금융권·사채를 통해 많은 돈을 빌리게 한 뒤 중고차 딜러와 미리 짜고 시세보다 훨씬 비싸게 차를 사게 한다. 피해자들이 직접 신용조회를 하도록 유도해 대환대출 조건을 어기게 만들고 이후 이를 귀책 사유로 들어 저금리 대환대출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하는 것이다. 가해자 일당은 차량을 고가에 판 차익을 챙기고, 피해자는 고리의 빚만 떠안게 된다.

민사국을 중고차 거래가 밀집된 동대문구·강남구·강서구 등을 중심으로 미등록 대부업체의 불법영업과 대부중개 행위, 연이자 20%가 넘는 초과수취, 대부중개업자의 사례금·착수금 등 수수료 불법수취 등을 감시할 방침이다. 연말까지 자동차 매매시장 등에 수사관이 상주하며 피해자 면담 등도 진행할 계획이다.

또 중고차 매매·담보로 가장한 미등록 대부광고 전화번호의 실사용자를 추적해 대부업법 위반여부를 수사하고 관련 광고 전화번호의 이용정지도 요청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동차 매매를 통한 불법 대부행위는 주로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대포폰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위법 증거 확보에 어려움이 많다”며 “수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중고차 매매협회 등과도 협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불법대부 행위를 신빙성 있는 증거와 함께 신고·제보해 공익증진에 기여할 경우 서울시 조례에 따라 심의를 거쳐 최대 2억원까지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권순기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장은 “‘자산론’이란 불법대부 상품을 만들어 경제·금융 취약계층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악질 불법대부업체의 위반 행위가 적발되면 강력히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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