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할 걸 해야지…EU 플랫폼 규제 `독`

김미경 2024. 8. 2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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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규제결과' 세미나 열려
"유럽보다 韓 리스크 심각할 것"
21일 FKI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CCIA 공동주최로 열린 '플랫폼 규제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 국제세미나에서 토론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김미경기자

한국 내에서 유럽연합(EU) 방식의 플랫폼 규제 논의가 추진되자 국제 전문가들은 한국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뿐 아닌 디지털 스타트업에도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카티 수오미넨(Kati Suominen) 국제전략연구소(CSIS) 객원연구원은 규제 대상이 된 플랫폼 기업이 규제 대비 비용을 늘리면 결국 이를 이용하는 중소기업 또는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고 짚었고, 트레버 웨그너(Trevor Wagener) CCIA 연구센터 소장은 플랫폼 서비스를 규제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중소기업의 디지털 서비스 접근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니엘 소콜(Daniel Sokol) 미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USC) 교수는 선제적 규제가 관련 투자를 위축해 기업 경영 생태계를 교란하는 등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21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미국 컴퓨터·통신산업 협회(CCIA) 공동주최로 FKI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플랫폼 규제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 국제세미나에 화상으로 참여해 이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수오미넨 연구원은 먼저 미국의 아마존, 애플,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이 대표적 표적기업으로서 EU의 디지털시장법 규제로 제재를 받게 되면 과징금 대비 등 기업의 규제비용이 130억달러에서 280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디지털 서비스 비용의 상승으로 EU 기업에 최대 710억유로, 미국 기업에 970억달러 상당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이라 전망했다.

웨그너 소장은 "한국이 국제 디지털·기술 분야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했을 때, 한국 내 선제적 규제로 인한 리스크는 유럽보다 심각할 것"이라며 "피해는 특히 중소기업에 집중된다"고 내다봤다. 그는 "AI는 경제 성장, 생산성 향상, 나아가 삶의 질까지 높일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나 규제로 인한 AI 기술 개발 장벽은 유럽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최신 AI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저해는 EU 기업의 생산성이 감소되고 나아가 EU 전체 GDP 성장률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며 "정보통신기술(ICT) 상품 수출 비중은 EU가 5%, 한국이 29%다. ICT 수출은 AI 서비스 접근성 저해로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되는 업종인데 사전규제를 시행할 경우 한국 수출은 AI 서비스의 출시 지연으로 인한 생산성과 혁신의 둔화로, EU보다 6배 더 심각하게 노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소콜 교수는 "과도한 규제는 내수 산업 위축으로 인한 자국 기업 경쟁력 저하를 초래한다"며 "한국의 글로벌 테크 기업뿐 아니라, 역설적으로 한국 스타트업의 경쟁 우위를 박탈하는 처사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제발표 이후로는 유병준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가 좌장을 맡아 조나단 맥헤일 CCIA 부회장, 백용욱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이승주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등이 토론자로 나서 논의를 이어갔다. 백 교수는 "국경없는 무한경쟁 시대에 우리나라는 토종형 플랫폼 기업이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지구상 유일한 국가다. 유럽 규제방식을 적용한다면 우리나라 정부가 우리 1등 기업을 규제해 경쟁력을 약화하는 양상이 된다"며 "검증되지 않은 사전규제는 우리 사정에는 매우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맥헤일 부회장도 "미국과 한국은 굉장히 역동적인 무역·경제관계를 갖고 있는데 한국이 EU의 규제 기조를 그대로 수용한다면, 한미 경제파트너십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도 디지털경제 분야에서 놀라운 성공을 이어가는데 불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은 "규제라는 중요한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고 토론하는 것이 부족하다는 것은 유감이다. 유럽 법안을 참고해 급속히 규제를 만들려 하거나, 사회적 사건·사고를 기화로 삼아 정치적 이유로 입법을 시도하는 불합리한 논의가 있었다"며 "플랫폼 기업에 어떤 방식의 규제를 하는 게 적절한지 깊이 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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