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살에 배운 한글로 “따사한 햇살…” 눈물·핏물 내 인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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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상을 받은 안동시 마리스타학교 권남조(69) 학생의 '짓다 짖다 짙다'라는 제목의 시화 일부다.
안동시는 21일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문해, 온 세상이 다가온다'를 주제로 연 시화전에서 최고상을 받은 권남조 학생을 비롯해 시화 부문의 용상평생교육원 심순기 학생의 '복수초 인생', 엽서 쓰기 부문의 안동평생교육지도자협의회 임수련(78) 학생의 '손자에게'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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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지금부터 받아쓰기 시간이에요
1번 밥을 짓다
2번 개가 짖다
3번 안개가 짙다
아이고 선생님요 뭐가 다 짓니껴
한 글자로 다 같이 쓰면 안 되니껴”
2024년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상을 받은 안동시 마리스타학교 권남조(69) 학생의 ‘짓다 짖다 짙다’라는 제목의 시화 일부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상은 시화 부문 최고상이다. 문해교육으로 늦은 나이에 한글을 배운 권씨는 받아쓰기 공부를 하며 든 고충을 시화에 솔직하게 풀어내어 재미와 감동을 줬다. “∼했니껴”는 “∼했습니까”의 경북 북부식 사투리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상을 받은 심순기(73) 학생의 시화 ‘복수초 인생’은 어린 시절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봉제 공장에 다니며 일한 경험을 담았다. 그는 “나는야 거센 눈보라 속에서 피어나는 노란 복수초 인생”이라는 구절로 시를 맺는다.
“봉제공장 일당 130원
눈꺼풀 붙으면 손가락에 박음질
눈물인지 핏물인지 미싱 소리 마구 섞여 서럽게 운다
젤로 부러웠던 교복 입은 학생들
밤낮으로 일하는 내겐 사치였는데
인생 칠십에 가망 메고 학교 다니는 호사를 누린다”
안동시는 21일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문해, 온 세상이 다가온다’를 주제로 연 시화전에서 최고상을 받은 권남조 학생을 비롯해 시화 부문의 용상평생교육원 심순기 학생의 ‘복수초 인생’, 엽서 쓰기 부문의 안동평생교육지도자협의회 임수련(78) 학생의 ‘손자에게’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에서는 매년 1000여명의 성인 학습자들이 한글 교육 및 디지털 문해 교육을 받고 있다. 이번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거둔 우수한 성적은 어르신들의 열정과 노력의 결실이다. 앞으로도 우리 주변의 읽고 쓰기에 어려움이 있는 분들을 위해 지속해서 문해 교육 사업을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문해의 날을 기념해 9월을 대한민국 문해의 달로 선포하고,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을 연다. 올해 시화전에는 1만8937명이 참여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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