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세계 1위는 왜 도핑 양성반응에도 징계를 받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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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테니스 세계 1위 야닉 시너(이탈리아)가 두 차례 도핑 양성 반응이 나왔음에도 출전 정지 징계를 받지 않게 되면서, 이른바 형평성 논란이 강하게 일고 있다.
시너는 지난 3월 10일과 18일, 두 차례에 걸쳐 도핑 양성 반응이 나온 거로 뒤늦게 밝혀졌다.
명백한 도핑 양성 반응에도 불구하고 시너가 출전 정지 징계를 피한 까닭은 고의성이 없었다는 반도핑 기구의 판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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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테니스 세계 1위 야닉 시너(이탈리아)가 두 차례 도핑 양성 반응이 나왔음에도 출전 정지 징계를 받지 않게 되면서, 이른바 형평성 논란이 강하게 일고 있다.
시너는 지난 3월 10일과 18일, 두 차례에 걸쳐 도핑 양성 반응이 나온 거로 뒤늦게 밝혀졌다. 적발된 약물은 클로스테볼(Clostebol)로 스테로이드 성분을 담고 있어, 스포츠계에서 금지 약물로 분류되어 있다. 메이저리그 스타 타티스 주니어가 2년 전 클로스테볼 복용 혐의로 8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명백한 도핑 양성 반응에도 불구하고 시너가 출전 정지 징계를 피한 까닭은 고의성이 없었다는 반도핑 기구의 판단 때문이다. 시너는 물리치료사에게 전신 마사지를 받는 과정에서 이 약물에 노출됐다는 설명.
시너 측의 주장에 따르면, 시너의 물리치료사 지아코모 날디는 손가락이 찢어져 클로스테볼 크림을 상처 부위에 발랐다. 그런데 날디가 이 클로스테볼 크림을 손에 묻힌 채 시너의 몸을 만졌고, 이것이 몸에 스며들어 도핑 양성 반응에 걸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구석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클로스테볼이라는 약물은 이탈리아 전체 스포츠에 만연한 골칫거리였다. 수많은 이탈리아 스포츠 선수들이 이 약물의 남용에 노출되어 있었는데, 시너의 코칭스태프가 이 약물을 지근거리에 뒀다는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도핑 양성 반응에 대해 해명하는 과정이 석연치 않았다. 시너의 물리치료사와 전담 코치의 증언이 엇갈렸다. 전담 코치 페라라는 물리치료사 날디에게 클로스테볼은 금지 약물이라는 점을 분명히 주지시켰다고 했지만, 날디는 그런 말을 들은 기억이 없다고 증언하고 있다.
국제테니스청렴기구(ITIA)는 물리치료사가 마사지하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게 발생한 일이라는 점을 인정해 별도 징계를 내리지 않기로 했다. 남자프로테니스투어(ATP)는 21일 공식 성명서를 통해 "야닉 시너에게 과실이나 부주의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권고를 받았다. 또한 야닉 시너의 출전에 제한하지 않은 테니스 반도핑 기구의 엄중한 조사와 독립적인 평가를 존중하고자 한다"며 사실상 시너에게 면죄부를 줬다.
다만 시너에게 제재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ATP는 시너의 랭킹 포인트 400점을 삭감하고, 상금 약 32만 달러를 회수했다. 3월 시너가 인디언웰스 마스터스 시리즈 4강에 오른 뒤 얻은 점수와 상금이었다.
테니스계는 대체적으로 이 문제를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비판하고 있다. 호주의 테니스 스타 닉 키리오스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의도했던 행위였던 아니던, 금지 약물 양성 반응은 2년 자격 정지를 받아야 한다. 경기력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마사지 크림? 하하하"라고 비판했고, 캐나다의 데니스 샤포발로프는 "선수마다 적용되는 규정이 다르네!"라며 관대한 처분을 내린 반도핑 기구를 비꼬았다.
실제로 금지 약물 양성 반응에 대한 다른 경우와 비교해 볼 때 야닉 시너에 대한 반도핑 기구의 결정은 많은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2016년 세계적인 스타 마리야 샤라포바(러시아) 역시 금지 약물 복용이 자신이 의도한 바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2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고, 최근에는 전 여자 테니스 세계 1위 시모나 할레프(루마니아)도 도핑과 관련해 결백함을 주장하며 법적 소송까지 벌이는 과정에서도 일단 9개월 넘는 자격정지 징계를 받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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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 기자 (kikiholic@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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