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유발하는 장내미생물…지역 차이 담은 세계 지도 나왔다

한국·영국·스웨덴·프랑스 공동 연구진

동물의 장 내부에 사는 미생물을 의미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은 면역 시스템과 질병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영국, 스웨덴, 프랑스가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진은 지역별 마이크로바이옴의 차이를 분석한 지도를 최근 공개했다./광주과학기술원

한국과 영국, 스웨덴, 프랑스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진이 지역에 따른 마이크로바이옴(장내미생물)의 차이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이 질병에 미치는 영향과 질병 조기 진단을 위한 연구에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선재 광주과학기술원(GIST) 생명과학부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스웨덴 왕립공대, 프랑스 국립농업식품환경연구소와 공동으로 인체 질병 마이크로바이옴 지도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고 21일 밝혔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동물의 장 안에 살고 있는 미생물의 총합을 말한다. 인간의 마이크로바이옴은 각종 영양분의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외에도 면역 시스템 조절, 우울증, 알츠하이머병, 당뇨병 같은 질병과도 연관이 깊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기존에 공개된 19개국의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를 분석해 당뇨병, 염증성 장질환, 우울증을 비롯한 23개 질병과 관련된 특징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과학기술계와 의학계가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주목해왔으나 지역에 따른 차이는 거의 연구되지 않고 있었다.

연구진은 북미, 유럽, 남아시아, 동아시아 전역에서 수집된 6014개의 마이크로바이옴 유전체 정보를 분석했다.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AI) 모델을 이용해 특정 질병을 가진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마이크로바이옴 특징을 확인하고 특정 박테리아(세균)의 역할을 찾아냈다.

그 결과 질병이 있는 사람들의 마이크로바이옴에서는 유해균으로 알려진 푸소박테륨(Fusobacterium), 클로스트리듐(Clostridium), 연쇄상구균(Streptococcus)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건강에 도움이 되는 유익균인 라크노스시라피에(Lachnospiraceae)은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지역에 따른 차이도 나타났다. 유해균인 클로스트리듐은 서구화된 국가에서는 건강에 문제가 없는 사람에게서도 높은 비율로 확인됐다. 이들 국가에서는 장 염증을 유발하는 박테리아와 항생제 내성 균주도 증가했다. 연구진은 서구화된 식생활로 인해 장 건강이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은 연구가 소규모로 진행돼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던 인체 질병 마이크로바이옴의 실체를 더욱 선명하게 밝힐 수 있게 됐다”며 “대장암이나 췌장암을 분변 검사만으로도 조기 진단하고,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의 비침습적 질병 치료를 위한 지표 개발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지놈 리서치’에 지난달 23일 소개됐다.

참고 자료

Genome Research(2024), DOI: https://doi.org/10.1101/gr.278637.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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