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쓰레기 버리기 부탁해도 돼요?"…혼란 부르는 필리핀 가사교육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업무 범위를 두고 논란이 계속된다. '아이 돌봄'을 주된 업무로 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9월 서울시 가정에 투입되기 전 받는 국내 교육에서 방, 거실, 주방, 현관 청소 등의 가사서비스를 익히고 있다. 쓰레기 버리는 것과 수납 정리 등은 할 수 없다는 데 교육 내용은 사실상 '폭넓은' 가사 업무를 포함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교육과정에서 많은 시간을 배분한 한국어 교육 수준도 눈길을 끈다. 7일의 시간을 들여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받는 교육은 구연동화 읽기와 받아쓰기 등이다. 아이에게 읽어주기 위해 동화 내용을 숙지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본인의 한국어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 받는 교육이다. 지금 수준이라면 부모·아이와 필리핀 가사관리사간 의사소통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21일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관련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필리핀 돌봄인력은 지난 6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비전문외국인(E-9) 특화훈련'을 받는다. 20일간의 교육 내용은 △한국어 기초교육 △가사 관리 직무 교육 △육아 돌봄 직무교육 △한국어 지도 △가정 내 산업안전 △성희롱 예방 교육 등으로 구성돼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가사 관련 교육은 5일이다. 가사관리 직무 교육 3일과 가정 내 가사 관련 산업안전 교육 2일이다. 한국어 관련 교육은 7일이며 주된 업무라고 하는 육아돌봄 관련 교육은 4일이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가사서비스 직무 기초 기능' 교육에서 방, 거실, 주방, 욕실, 현관 등의 청소 작업 순서를 익힌다. 구체적으로 색깔별, 소재별 세탁 옷감 확인과 세제 구분 그리고 건조기 작동과 옷감 널기 등 세탁 가사 업무 교육을 4시간 받고 변기, 바닥, 배수구 청소, 곰팡이 제거, 물기 제거 등 욕실 청소 방법도 별도로 4시간 교육을 받는다. 사실상 집안에서 해야 할 전반적인 가사도우미 역할을 숙지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과 필리핀 정부는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업무 범위를 '유아·아동이나 임산부의 일상활동 지원을 위한 업무'로 정의했다. 아이 돌봄을 위한 청소, 음식 마련하기 등이 가능하며 제한된 상황에서 '동거 가족 구성원을 위한 가벼운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고용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부수적 가사 서비스는 '예외적으로 6시간 이상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어른 옷 세탁과 어른 식기 설거지, 단순 물청소 위주의 욕실 청소 등도 가능하다'고 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쓰레기 배출, 어른 음식 조리, 손걸레질, 수납 정리 등은 할 수 없는 업무로 분류했다
하지만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받는 교육 과정에는 △신발장 보관 순서와 정리 거실 서랍장 정리 △이불장 정리 △옷장 정리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음식물, 재활용 분리수거 방법, 플라스틱, 비닐 분류 방법 등도 교육 내용이다.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하지 말아야 할 업무가 국내 특화교육 과정에 포함돼 있는 셈이다.
7일의 시간을 투입해 받는 한국어 교육 과정도 눈에 띈다. 5일간의 한국어 기초 교육과 2일간의 한국어 지도 교육이 있다. 국내 미취학 아동부터 초등학교 과정에서 배우는 한국어를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숙지하고 있다. 1일차 교육 과정을 살펴보면 '은/는, 이/가'등의 문법 교육과 '쉬운 자음 받아쓰기' 시험이 있다. 날짜와 요일 말하기, 쇼핑하기 등의 상황을 가정한 교육도 있다.
'토끼와 거북이', '해와 바람' 등 구연 동화를 따라 읽는 시간도 있다. 그림과 문자로 구성된 동화를 바탕으로 한국어 실력을 배양하고 있다. 4일차 받아쓰기 시험의 목표는 '받침 ㄴ, ㄹ, ㅁ'을 제대로 구분하는지다. 영어 의사 소통 능력은 탁월하지만 정작 중요한 기본 한국어 소통 능력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공급·관리 업체는 응급 상황에서 필리핀 인력과 부모 등의 소통을 돕기 위해 상시 통역원이 2명을 배치했다.
돌봄·가사 관련 한 전문가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가사 관련 교육 과정은 필리핀 가사관리사도, 사용자에게도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정부와 인력 관리 업체가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을텐데 명확한 기준을 제공해 불필요한 오해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실제로 한국어 능력이 부족하다면 돌봄 영역에서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국내 교육과정이 끝날 때까지 필수·기초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조규희 기자 playingj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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