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이어 1200명 가담 ‘딥페이크’까지…범죄 표적 된 대학 동아리

정윤경 기자 2024. 8. 2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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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마약 동아리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지 한 달이 채 안돼 대학가에서 대규모 딥페이크 범죄가 발생했다.

이윤호 교수는 "텔레그램 측이 우리 경찰에 협조하지 않는 이상 증거 입수가 어렵다"면서 "마약이나 성범죄 등에 대해선 연령을 제한하지 말고 위장 수사가 가능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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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 운영자 추적…피해자 30여 명
동아리 소속 여학생 얼굴에 나체 사진 합성해 유포

(시사저널=정윤경 기자)

성 착취물 시청(CG) ⓒ연합뉴스

명문대 마약 동아리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지 한 달이 채 안돼 대학가에서 대규모 딥페이크 범죄가 발생했다. 인천경찰청은 여학생들의 얼굴을 나체 사진에 합성한 뒤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 공유한 일당을 수사하고 있다. 이 대화방의 참가자는 무려 1200명에 달하고, 피해자 상당수는 인하대 특정 동아리 소속 여성들로 알려진다.

'노예' '주인님' 등 음성 파일 입히기까지

8월21일 경찰에 따르면, 인천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한 텔레그램 단체방 참여자들을 수사하고 있다.

2020년부터 운영된 이 대화방에선 학내 유명 동아리 소속 여성들의 얼굴에 나체 사진이 합성된 딥페이크물이 공유된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다 피해자 목소리로 '노예' '주인님' 등 성적인 단어를 말하도록 음성 파일을 입히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성물 외에 피해자 연락처 등 개인 정보까지 공유되면서, 피해자 일부는 하루에도 수십통씩 협박 전화를 받았다. 이런 식으로 피해를 입은 여성들은 3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학 동아리'가 범죄의 온상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얼마 전 검찰은 연합 동아리인 '깐부'에서 마약을 유통·투약한 명문대 학생들을 적발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2년 12월부터 1년 동안 회원들과 함께 마약을 투약했고, 일부를 팔아 얻은 이익으로 고급 호텔 등에서 호화 파티를 열었다. 이들은 마약 수사에 대비해 증거 인멸 방법을 공유하는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도 만들었는데, 여기에는 9000명에 달하는 회원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시사저널 8월9일자 기사 참조). 뿐만 아니라 마약 동아리 주범은 동아리에서 만난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혐의까지 받고 있다.

'마약 동아리 사건' 피의자들의 모습 ⓒ서울 남부지검 제공

두 사건의 공통점은 타인에 대한 경계가 느슨한 동아리 회원들을 먹잇감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동일한 커뮤니티에 모여 있다는 유대감을 바탕으로 '범죄 집단'을 구상하는 동시에, 개인 신상정보를 확보하기 쉬운 같은 동아리 여성들을 표적으로 삼았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같은 동아리 회원이라면 범죄에 필요한 사진,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입수하기 수월했을 것"이라며 "사이버 범죄의 경우 대면하지 않고도 범죄를 저지를 수 있기에 죄의식을 느끼지 못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동아리를 매개로 유대 관계를 형성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했을 것"이라며 "가해자들은 범죄 행위를 자기만의 세상에서 벌어지는 특정한 놀이라고 인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위장 수사는 미성년자 대상 범죄일 때만 가능"

이 같은 범죄는 적발도 쉽지 않다. 이번 인하대 딥페이크 사건은 피해자가 지인의 연락을 받고 자신의 사진을 이용한 범죄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파악하면서 드러났다. 경찰이 텔레그램 추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수사를 중단하자, 피해자가 직접 단톡방에 잠입해 증거를 확보했다. 주범은 아직 잡히지 않았고 1200명 중 기소된 인물은 단 1명이다.

이 같은 이유는 텔레그램 서버가 해외에 있어 인물을 특정하기 어려운 데다, 위장 수사는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일 경우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위장 수사 대상의 폭을 넓히고 지속성 있는 전담팀을 꾸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윤호 교수는 "텔레그램 측이 우리 경찰에 협조하지 않는 이상 증거 입수가 어렵다"면서 "마약이나 성범죄 등에 대해선 연령을 제한하지 말고 위장 수사가 가능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전담팀을 꾸렸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공중분해돼 전문성 있는 조직이 사라질 수 있다"며 "미국이나 영국처럼 한 번 전담 수사 부서를 조직하면 연속성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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