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일반주주 이익 침해 빈번…충실의무 확대 등 근원적 개선 필요”

박순엽 2024. 8. 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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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학계 간담회서 ‘충실의무 확대’ 의견 청취
이복현 “상법 관련 사항이나 관심 둘 수밖에 없어”
“경영환경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 무겁게 받아들여”
학계 “지배주주 사익 추구 방지 수단 마련 등 필요”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불공정 합병·물적분할 후 상장 등 일반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사례가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며 기업지배구조의 특수성과 미흡한 투자자 보호가 국내 증시 밸류업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등 원칙 중심의 근원적 개선방안을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2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기업지배구조 개선 관련 학계 간담회’에 서 “상법 학계는 회사와 주주 이익이 동일하며 충실의무 대상인 회사에 주주 이익이 포함돼 있다는 견해가 다수”라면서도 “현실은 이와 달리 운용돼 일부 회사들의 일반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사례가 계속해 발생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이복현 원장 “밸류업 걸림돌은 한국적 기업지배구조”

이 원장은 이날 한국적 기업지배구조의 특수성과 국내 증시의 미흡한 투자자 보호가 밸류업의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낮은 점을 포함해 낮은 배당 등 주주 환원이 미흡한 점, 일반주주의 주식 가치를 침해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점 등이 한국적 기업지배구조의 특징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기업들의 철저한 인식 전환을 위해선 개별적 규제방식보다 원칙 중심(Principle-based)의 근원적 개선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 원장이 앞서 여러 차례 언급해온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는 방안 등으로 풀이된다. 현재 국회에도 해당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 원장은 “충실의무 논의가 상법 관련 사항이긴 하나 투자자·자본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자본시장 감독기관인 금감원도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면서도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가 배임죄 등 형사적 이슈로 번져 경영환경이 과도하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원장은 또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꾸준히 마련하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이 원장은 “우리 자본시장의 꾸준한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기업지배구조 개선방안에 대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소관 부처와 긴밀히 소통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학계 “주주 간 이해 상충 발생 시 공정성 확보 절차 명문화”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상법 분야 학계 전문가 다수도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확대하는 데 힘을 실었다. 상법상 이사의 주주 이익 보호는 당연한데도 일부 판례에서 이를 부정하고 있어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선 주주 충실의무를 명시하는 것이 유의미하다고 봤다. 다만, 회사와 이사 간 위임의 법리 등 회사법 체계를 고려할 때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도입 시 이사의 과도한 책임을 경감해야 한다는 데도 공감했다. 다만, 배임죄의 지배주주 견제 기능 등을 고려할 때 배임죄 폐지는 시기상조라는 의견과 함께 특별배임죄 폐지 등을 통해 형사책임을 민사책임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방향성에 동의하는 의견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해 합병유지(留止) 청구권 도입 등 지배주주의 사익 추구 방지 수단을 마련하고 주주 간 이해 상충 발생 시 공정성 확보 절차를 명문화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일본 회사법에선 불공정 합병 등 조직재편 시 주주가 불이익을 받을 염려가 있을 때 합병유지 청구권을 통해 주주가 회사에 대해 합병을 중지할 것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또 전문가들은 △이사의 충실의무와는 별도의 조문을 통해 이사의 ‘주주 이익 보호 의무’를 규정하는 방안 △불공정 비율 합병과 관련해 합병유지 청구권·합병검사인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 △지배주주의 사익 추구(소수 주주 이익 침해 등) 시 부당 결의 취소의 소 제기를 허용하는 방안 등도 함께 제안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는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으로 논의 중인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와 과도한 책임 제한 방안 등에 대한 학계의 의견을 직접 들어보고, 앞으로 바람직한 법 개정 방향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이 자리엔 이 원장을 포함해 금융감독원 금융투자부문 부원장보, 상법 분야 학계 전문가 5인이 참석했다.

박순엽 (s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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