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없는데 콜록콜록"...코로나19 재유행, '이런 증상' 전과 달라
지난 6월부터 감염세가 커지기 시작한 코로나19 재유행으로 국내 코로나19 입원환자 수는 8월 둘째 주에 1357명으로 올해 처음 1000명대를 넘어섰다. 이번 재유행을 주도하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는 오미크론의 6대(代) 변이종인 'KP.3'다. 이 변이종은 치명률이나 중증도는 이전과 유사하지만, 전파력이 상당히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감염 증상에서도 일부 차이를 보인다.
중증도 낮아졌어도 고위험군엔 여전히 치명적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유행 초기보다 위험도가 낮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코로나19 백신을 여러 차례 접종하며 사회적으로 면역력이 형성됐고 바이러스 자체도 변이를 거치며 약해졌다는 설명이다.
질병관리청은 이번 재유행에서 KP.3 치명률을 1%대로 보고 있다. 이는 인플루엔자(독감)의 치명률과 유사한 정도다. 반면, 2020~2021년 코로나19 원 바이러스(우한주)나 델타 변이종 당시 치명률은 5~6%에 달했다.
다만, 김 교수는 연령대 별로 이 수치를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20~40대의 코로나19 치명률은 0.01% 수준에 불과하지만, 60대 고령층부턴 0.1%대로 급격하게 올라가기 때문이다. 특히 80대 이상 초고령층에선 1.75% 이상까지 높아진다.
김 교수는 "치명률이 0.1%라는 건 1000명 중 1명, 1.75%라는 건 50명 중 1명이 사망한다는 의미로 여전히 무서울 정도로 높은 수치"라면서 "교통사고 사망률과 유사한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고령층이나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에겐 아직도 '단순히 감기나 몸살 정도니 별거 아니다', '자연적으로 치유할 수 있다'고 말할 수준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현재로선 KP.3의 중증도나 치명도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상태라 세계보건기구(WHO)나 방역 당국의 공식 발표를 기다려야 한다. 주요 증상이나 장기 합병증에 대한 정보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 대학병원과 개원가에서 말하는 이번 재유행의 주요 증상도 일부 차이가 있다. 기침 등 일반적인 감기 증상이 두드러진다는 관찰은 공통적이었지만, 발열 증상에 대해선 의견이 다르다. 이는 경증 환자가 주로 찾는 개원가와 중증 환자가 찾는 상급종합병원의 차이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
발열 없이 기침 강할수도...폐렴 등 합병증 주의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하는 김우주 교수는 "병원을 찾는 환자들 중에 열이 없는 분들이 태반"이라면서 "오히려 기침, 인후통, 콧물 등의 증상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특히, 기존의 주요 증상이었던 미각이나 후각 상실 증세는 거의 없으며, 신경통 증상도 약간 관찰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개원가의 한 의료진은 "흔하게 알고 있는 감기나 심한 독감 증상과 유사하다"면서 "이번 변이는 기침이나 고열을 앓는 환자가 많아 증상 관찰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방받은 감기약을 먹고도 고열이나 기침이 3~4일 이내에 잡히지 않는다면 엑스레이, 청진을 통해 폐렴 검사 등을 받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료계에서도 이번 변이의 장기 증상인 '롱코비드'나 합병증에 대해선 아직 추측 상태에 머물고 있다. 현재 감염환자에게서 기침 증세가 두드러지기에 우선적으로 우려되는 합병증은 폐렴이다.
개원가에선 "이번 코로나19 유행에선 폐렴 합병증으로 증상이 넘어가는 걸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고령층이나 고혈압약을 복용하는 기저질환자, 흡연자 등은 특히 폐렴 악화를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징상, 일부 고혈압약(ACEi 계열) 복용 환자에서 바이러스 전파와 혈관 손상 등 감염 악화 증상을 가속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 역시 "KP.3의 중증도가 떨어졌다곤 하지만, 고위험군에선 인플루엔자와 같이 폐렴이나 호흡 부전 등의 호흡기 합병증 우려가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교수는 "롱코비드는 감염 3개월 후에도 남아있는 증상이나 증후, 합병증 등을 가리키기에 (이번 유행은 3개월이 지나지 않아 )아직 단정 짓긴 어렵다"면서 "코로나19 합병증엔 신경계 마비, 위장기능 저하, 혈전이나 심근경색 등의 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종류가 보고됐기에 시간을 두고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한 전파력+여름방학 기간 유행...추석 연휴가 고비일 수도
중증도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KP.3 변이의 강한 전파력이다. 최근 미국의 한 연구에서 KP.3의 전파력은 JN.1 변이와 비교해 1.22배였다. 감염 속도가 22% 더 빠르다는 의미다. JN.1 변이에서 3개의 추가 변이(S단백질)가 발생해 면역회피 능력이 더 강해졌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현재 감기 증세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검사하면 십중팔구는 양성이 나온다"면서 "요양병원 내 확산은 물론 대학병원 의료진조차 하나 둘 감염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급성호흡기 증세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된 비율(양성률)은 현재 43.5%다. 50~60대로 한정했을 때 양성률이 60%가 넘는다. 앞서 2월 겨울 유행 당시의 양성률은 21% 수준이었기에, 유행 규모가 2배 이상 크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일각에선 현 유행세가 과거 하루 15만명씩 확진자가 확인될 때와 비슷한 확산세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최근 5주 만에 입원환자가 15배 가까이 급증했다는 이유에서다.
방역당국은 이달 말 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 추세로는 이때 주당 감염환자 규모가 35만명 수준이 될 수 있다고 추산한다.
김 교수는 8월 말을 넘어, 9월 중순 추석 연휴가 '고비'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전 유행은 초·중·고등학교에서 시작해 성인층으로 퍼졌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유행세가 본격화한 시기가 일선 학교의 여름방학 시기가 겹쳤기 때문이다. 현재 사회적 방역 수칙이 없는 데다 유난히 더워서 감염병이 전파하기 쉬운 '3밀'(밀폐, 밀집, 밀접) 환경이 오래가는 것도 악재다.
김 교수는 "이번에는 20~40대 성인층에서 먼저 시작돼 고령층과 개학 후 초·중·고등학교로 퍼지는 상황"이라면서 "시기적으로 추석 연휴가 겹쳐 자칫 유행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안 받는 '코로나19 불감증'이 문제"라면서 "개인은 감염 예방 수칙을 준수하고 방역 당국은 정확하게 코로나19 감염 정보를 전달하는 한편, 고위험군엔 치료제 집중 투약, 백신 접종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최지현 기자 (jh@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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